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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할건 ‘찬호’만이 아니다/김윤철(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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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할건 ‘찬호’만이 아니다/김윤철(아침을 열며)

입력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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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연극판 메이저리그의 데뷔전을 화려한 승리로 장식했다. 「공주 촌놈」 박찬호의 1승에 온 국민이 열광하지만 「명성황후」의 성공도 연극인에게는 그에 못지 않은 역사적인 쾌거다. 우리가 신나할 일은 야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극에도 있는 것이다. 신바람에 의지해서 사는 민족에게 신나는 일이 없어 죽을 맛인 요즘 박찬호와 「명성황후」는 정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청량제와 각성제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우리가 관심이 적어서 잘 몰라 그렇지 우리 연극계는 최근 몇가지 대형 합작들을 이룩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출가 김정옥 선생이 90여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국제극예술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된 것이나 동협회의 세계총회를 한국본부가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것도 괄목할만한 업적이지만 한국연극협회가 공동주최로 이 총회의 자매행사인 세계연극제를 열게 된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드디어 세계연극제가 9월1일 개막한다. 한달 반 동안 열릴 이 매머드 행사는 한국연극사상 가장 큰 잔치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온 30여개의 외국극단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레퍼토리를 갖고서 우리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름 그대로 세계연극박람회다. 한 자리에 앉아서 세계연극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이 연극제를 맞아 가슴이 몹시 설레인다. 나는 지금 국내 참가작까지 포함해서 100편이 넘는 공연들을 한달 반 동안 다 어떻게 볼까, 일정을 조정하느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박찬호의 공 하나 하나에 우리의 도전의식 소망 애정 응원을 다 퍼붓듯이 연극인들이 이룩한 이번의 큰 행사에도 같은 지지를 보낼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연극과 생활의 소원한 관계를 단숨에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희망 섞어 소망해 본다. 항상 확대지향적으로 일을 크게 벌려서 내실이 없는 행사를 치르는 것이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전반의 고질적인 허점이다. 이번에도 그 허점이 다시 드러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초청작들은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직접 그 예술적 수준을 미리 확인하고 선정했기 때문에 공연의 질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지금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국제적 감각이 민감한 지혜롭고 젊은 우수인력들이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애쓰고 있는 모습 또한 듬직하다.

이번 세계연극제는 우리에게 두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대학로를 중심으로 발표되는 한국 연극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지금 우리의 동시대 해외 연극인들은 연극과 삶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설정된 관계를 어떤 양식과 형식, 어떤 미학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그들의 연극개념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을 경축하는지, 연극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얼마나 순수한지 등등의 궁금한 사항들을 눈으로 목격하고 가슴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 마련된 것이다. 이 확인작업은 결국 우리의 연극언어와 연극기호들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둘째 세계연극제는 역으로 우리의 연극을 해외에 알리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명성황후」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는 세계 무대에 내놓을만한 연극작품들이 제법 많다. 지난 20년간 한국연극을 대표했던 우수작 10편을 선정해서 공식 초청공연형식으로 발표하게 한 것도 한국 연극의 홍보를 위해서는 적절한 처리였다. 한국 연극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관객이 있다면 이 10편의 우수공연들이 그 선입견을 해소해줄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에만 열광할 일이 아니다. 이 패역한 시대에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인간적인 예술인 연극의 세계잔치에 적극 응함이 어떤가, 문화시민들이여.<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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