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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는 혐오시설?/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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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는 혐오시설?/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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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도 처음일뿐 거듭되면 일상이 된다. 심한 예이긴 하나 10대의 성적비관 자살도 이젠 그 절박함만큼 사회적 주의를 끌지 못한다. 워낙 잦기 때문이다.며칠전 서울의 중산층 아파트에서 또 한 학생이 투신했다. 그런데 중3인 이 학생이 유서에 쓴 자살이유는 좀 달랐다. 『내신성적이 나빠 인문계고교에 못갈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학생의 성적은 해당학군 중학생의 90%가 넘는 진학군에서 탈락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결국 이 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실업계고교에 갈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럴만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모 공업고교가 더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내년 신학기까지 학교를 넓혀 옮기려다 벽에 부딪혔다. 이전 예정지의 주민들이 극력 반대하고 나섰기 대문이다. 주민들의 반대이유는 기막히다. 『공고생은 거칠어 폭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시의회까지 주민들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또 있다. 전통있는 한 상업고교도 같은 이유로 몇년동안 학교이전을 추진하다 최근에 포기했다. 주민의 반대이유 역시 『상고가 들어서면 지역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도 기존 학교부지를 용도변경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했다. 이 학교는 현재 다른 곳을 찾고 있으나 비관적이다. 어딜가나 마찬가지일 터이기 때문이다. 차마 피하고 싶은 표현이나 이 정도면 실업계고교는 가히 「혐오시설」이다.

짧은 글에 왜곡된 교육구조나 실업교육의 문제 등을 거론할 여유는 없다. 다만 서글픈 것은 알량한 이해라도 걸리면 어떤 정당한 명분조차 부끄러움없이 내팽개쳐 버리는 그 천박한 이기심들이다. 이런 이들이 나라꼴을 걱정하고 사회정의를 논하고 대선후보들의 자질을 비판하는 모습은 가당찮다. 정말 혐오스러운 것은 우리 모두가 그런 이웃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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