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이순이씨·올케 등 50년만에 극적상봉/대검 유전자감식 “완전일치”… 곧 국적 회복【인천=송원영·이희정 기자·김상철·현상엽 기자】 『어메가 죽었다캤던 언니 맞재』
훈할머니(72)가 마침내 50여년동안 애타게 그리던 가족을 찾았다. 훈할머니는 29일 상오 8시 인천 길병원 입원실에서 여동생 이순이(61)씨 올케 조선애(63)씨와 만나 혈육임을 확인하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이름 「이남이」를 되찾았다.
훈할머니는 가족과 상봉한데 이어 이날 낮 대검찰청의 유전자감식결과 혈육임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꿈만 같다. 가족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순이씨는 이날 훈할머니를 첫 대면한뒤 한동안 얼굴을 응시하다 『우리 언니 맞재, 어메가 죽었다캤던 우리 언니 맞재』라고 소리치며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순이씨는 『얼굴 생김새나 체형, 엄지발가락이 굽은 것 등 생전에 어머니모습을 그대로 쏙 빼닮았다』면서 『언니가 5년만 일찍 왔더라면 오빠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케 조씨도 『시어머니께서 병으로 고생하실때 수발을 들어 신체 구석구석의 특징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 시누이가 틀림없다』고 말했다.<관련기사 2·3·30·31면>관련기사>
훈할머니는 순이씨로부터 부모님과 남동생 태숙(30년생·92년 사망)씨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전해듣고 한동안 통곡한뒤 『내가족과 50여년이나 생이별을 하게 만든 다다쿠마 쓰토무(지웅력)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순이씨는 『아버지의 원래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가 언니를 모시고 살겠다』고 밝혔으며 훈할머니는 『일단 캄보디아에 돌아가 그곳 가족에게 모든 것을 설명한뒤 고국에 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훈할머니는 길병원에서 상봉 첫밤을 함께 보낸뒤 30일 상오 가족들과 함께 경남 마산시 진동의 고향집을 둘러보고 경남 합천에 있는 부친 이성호(57년 사망)씨의 묘소를 찾을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29일 훈할머니의 친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이순이(61·경남 합천군 가회면)씨(본보 27일자 1면 보도)의 혈액을 채취,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훈할머니와 유전자 배열이 완전히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대검은 『혈육이 아닌 사람간에 유전자 배열이 일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두사람은 같은 모계혈족의 친자매임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MBC의 의뢰로 두 사람의 유전자를 같은 방법으로 감식한 서울대 의대 이정빈(법의학) 교수도 이날 『염기서열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친동기간일 확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훈할머니가 유전자감식 결과 한국인으로 확인됨에 따라 신청이 접수되는대로 국적을 회복시켜주기로 했다. 법무부 당국자는 『유전자감식에서 이순이 할머니와 친형제임이 확인된 이상 훈할머니 국적회복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이효재·윤정옥)와 한국정신대연구회(회장 정진성)는 할머니의 국적회복이 이뤄지는대로 위안부 피해 인정 및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요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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