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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가는 고독한 작가/채윤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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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가는 고독한 작가/채윤희(1000자 춘추)

입력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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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극작가 이현화씨의 희곡 중에 「0.917」이라는 작품이 있다. 0.917은 얼음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로 얼음을 물 위에 띄웠을 때 수면 밑에 잠겨지게 되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뜻한다.이 작품에는 어린이들이 등장하는데 어린이들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리다」라는 뜻은 「어리석다」라는 의미도 있다. 옛날 왕조시대부터 「어린 백성」이란 복합어가 사용돼왔으며 그것은 「어리석은 백성」, 즉 우민정치의 피지배층인 우민대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어린 백성」 즉 우민, 그러나 결코 어리석지 않으며 강요된 침묵 속에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자유와 정의를 갈구하는 민중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이 작품 속의 어린이들을 성인을 성희롱하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어린이)로 오해하는 일부 국외자들을 접하면서 극작가 이현화씨는 외곱고 고독한 작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연극이 관객에게 주는 것이 단순한 오락이나 재미 뿐일까? 그는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시대를 앞서가며 새바람을 일으키는 아방가르드이자 모더니스트이다.

공권력이 지금 문화예술계에 가하고 있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현화씨의 또다른 희곡 「산씻김-하나의 오보에를 위한 A」에서의 절대음 「A」는 공권력의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연극 「0.917」이 내년에는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하니 작품의 진가는 변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결국 창작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는 예술계 자체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올 댓 시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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