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74) 국왕이 29일 모니크 왕비와 함께 신병치료차 머무르던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6개월만에 환국했다. 명목상 통치권자인 시아누크의 귀국은 훈 센 제2총리측의 정변에 대한 추인 여부와 함께 향후 그의 거취와 관련, 주목된다.일단 시아누크 국왕은 이날 캄보디아 땅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훈 센측의 새 권력구도를 사실상 인정했음을 대내외적으로 내보였다. 즉 그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가입이 보류되는 등 국제적 고립에 처하고 내전 양세력간의 월경포격으로 태국이 보복을 다짐하는 모국의 위기 상황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어 훈 센측과 「모종의 타협」을 한 것으로 캄보디아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시아누크는 귀국에도 불구, 자신의 아들 노로돔 라나리드 전 제1총리를 축출한 훈 센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는 베이징을 출발하기전 발표한 성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성명에서 국부인 자신이 중립적 중재자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자신은 새 정부에 대한 추인권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훈 센과 관련 정파 등 모든 캄보디아인이 정쟁을 즉각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하나의 증거는 시엠 리프 체류이다. 시아누크는 왕궁이 있는 수도 프놈펜 대신 시엠 리프의 별궁에 2개월간 머물며 평화를 기원하는 불교행사를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앙코르 와트 유적이 소재한 시엠 리프는 라나리드를 추종하는 「왕당파」의 최후 거점이었으며 현재 전투는 그 북쪽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엠 리프잔류는 이방원의 권력장악에 불만을 품은 태조의 「함흥」칩거처럼 훈 센의 프놈펜 정부에 대한 묵시적 항의로 보여진다.
한편 훈 센의 권력 공고화와 함께 시아누크의 향후 입지도 주목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아누크가 국내에 체류하더라도 이전과는 달리 상징적인 입헌군주로서 제한된 권력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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