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도 다 지났다. 남은 것은 산하에 쌓인 쓰레기 썩는 냄새 뿐이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요 냄새의 하나로 이를 꼽고(한국일보 20일자 NEO Focus) 정부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악취오염 종합대책을 마련했겠는가. 모두 악취 속에 살다 보니 의식과 후각이 마비된 결과다.향기건 악취건 냄새는 한마디로 휘발하는 화학물질의 분자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종류도 그만큼 늘어 40만종에 이른다고 하지만 화학물질의 분자라 그 성질이 각각 다르다. 자연의 냄새도 그렇지만 인간이 어떠한 작용을 한 냄새도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이 냄새에 결정적 작용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끓이고 굽고 볶고 태움에 따라 독특한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숭늉의 구수한 냄새처럼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냄새가 자리잡았다. 인도하면 카레냄새를 떠올리는 것이 좋은 예다. 참고로 인도의 「간다라」문화의 「간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향기를 뜻한다.
영어로 향기를 「Perfume」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불과 관계가 있다. 어원은 「연기를 통해」, 「연기에 의해」란 뜻의 라틴어 「Perfumum」이다. 생식을 하다가 불을 발견한 후 음식물을 익히고 구워 먹거나 향목을 태울 때 나는 향긋한 냄새에 취하면서 불에 대한 고마움에서 이같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하면 숭늉을 떠올리지만 요즘은 이것도 옛날 이야기다. 전기밥솥의 보급으로 구경하기 조차 힘들어졌다. 대신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서 조상들이 물려준 그윽한 냄새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뜻한다.
사람의 몸과 집안에서 냄새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목욕탕 수세식변소와 인스턴트식품의 보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시에서 분뇨냄새는 희미해 지고 있고 그 자리를 공해로 인한 각종 악취가 대신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어머니 손끝에서 피어나던 갖가지 음식냄새도 인스턴트식품으로 인해 점차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이처럼 주거환경 및 식생활 개선으로 주위에서 많은 냄새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극이 없어 싱겁기 때문인지 묘하게도 자기만의 독특한 냄새, 즉 향기를 가지려 발버둥이다. 비싼 프랑스 향수도 돈 아까운줄 모르고 사들인다. 마릴린 먼로는 잠옷대신 몸에 「샤넬5」를 뿌리고 잘 정도였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질서가 잡히고 사회가 맑아지면 융통성이 없어 재미가 없다고 투정한다. 냄새가 났던 부패한 시절을 생각하고 그때가 좋았다며 그리워한다. 어떤 개인이나 정치가가 조금만 이상하면 「저사람 냄새가 난다」며 신바람이 나서 그 정체를 밝히려는 「냄새지향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여야당이 핏발을 올리고 상대를 공격하고 있는 「병역 및 색깔」논쟁이 좋은 예다. 무언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요즘 각당 대변인들의 논평전은 하도 저질이라 그 자체에서 악취가 난다. 대통령선거의 기본이라고 할 정책대결은 간 곳이 없고 불에 덴듯 묘한 방향으로 냄새를 피워가고 있다.
인간은 이처럼 「냄새지향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냄새는 자기가 맡지 못한다. 남이 지적해 주어야 알고 비로소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것이 시각이나 청각 미각과 다른 후각의 묘한 점이다. 그만큼 후각의 대상인 냄새는 관리하기가 어렵다.
정치판의 막가파식 상대당 공격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악취도 자기냄새나 행위에 대한 후각과 의식의 마비가 주요한 원인이다. 바로 자기가 버리는 쓰레기나 저지르는 각종 부패의 악취를 무시하는 이같은 비사회적인 행태가 나라를 악취강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병으로 사회의 각종 냄새처럼 스스로의 냄새나는 행위나 내음도 관리하지 않으면 악취가 된다. 더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향기로 병을 다스리는 방향요법(Aromatherapy)으로라도 치료해야 한다. 악취가 만연하는 사회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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