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서울시장이 28일 민주당총재로 추대된 뒤 내달 중순 시장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20여일동안 서울시장직과 야당총재직을 겸임하게 됐다. 야당총재가 서울시장을 맡아 「1인2역」을 해야 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주변에서는 조시장이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해 행동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시장으로서의 공적인 업무를 위해 배정된 시장판공비와 관용차를 사적인 업무인 당총재직을 수행할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시장실에서 정치인들을 만나는 등 정치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조시장은 20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을 동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인제 경기지사가 신한국당 경선에 참여하면서 한차례 나타났다. 이지사는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취지로 정치활동을 할 때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택시를 이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근무지이탈과 업무소홀, 사조직활동비 내역 등을 조사해 이지사를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26일 개막된 서울시의회에서도 국민회의소속이 대부분인 시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면서 즉각 시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공직자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에서는 업무시간에 사적인 용도로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지만 문화풍토가 다른 국내에서는 이를 원칙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는 대통령과 신한국당 총재를 겸직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를 보더라도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김대통령이 관용차를 타고 신한국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한학자이기도 한 조시장이 「이하부정관」이란 말을 잊고 겸직기간중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멸사봉공」을 실천해야 할 공직자들이 「멸공봉사」를 꾀하다가 쇠고랑을 찬 사례들이 더이상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