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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미술지도 새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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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미술지도 새로 그린다

입력
199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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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공간·혼성·권력·생성 등 5개의 소주제에 맞춰 설치작품·사진·회화 망라/서양미술,그 대안에의 모색/언제­9월1일∼11월27일(88일간)/어디서­광주광역시 용봉·운암동 문화벨트/주제­지구의 여백(Unmapping the Earth)/참가작가­39개국(117명 8개 단체),작품 344점지구는 둥글다. 하지만 평면의 지도 위에 옮겨 놓으면 그때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원래 지구 표면에는 중심이 없지만 지도에는 늘 자기 나라가 한 가운데 놓이게 된다. 여태까지 그 지도는 언제나 서구 중심으로 돌아갔다. 미술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지도그리기(Mapping)」는 언제나 각 문화권의 권력의 투쟁이 돼 왔다.

이제 그 지도를 우리 손으로 그린다. 「Unmapping the Earth」. 우리말로는 「지구의 여백」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서양중심의 지도그리기를 비판한다, 지도그리는 행위 자체에도 의문을 던진다는 의미가 강하다.

160만의 관객이 관람한 95년 1회 광주비엔날레가 세계에 한국미술의 존재를 알린 행사였다면 2회는 세계미술 흐름에 흔적을 남길만한 행사로 자리 잡게 만든다는 게 비엔날레 집행부의 의도이다. 그래서 국가별로 참가작가를 선정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식의 전시방향과는 차별화를 시도, 주제별로 참가작가를 선정하는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식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등위별 시상제도 그래서 폐지됐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미술행사를 외국커미셔너에게 맞겨 「남의 잔치에 제 안방 빌려주는」 우를 범하지 않게 배려했다. 5개의 주제에 맞게 국내외 커미셔너를 선정, 작가별 경쟁은 물론 커미셔너의 기획력 경쟁도 유도했다.

이영철 전시기획실장. 『1회 전시는 남미, 아시아 각국의 청년작가를 중심으로 한 「반서구」의 성격이 강했다. 물론 2회 전시 역시 그 성향은 반서구적이지만 방식은 다르다. 서양문화의 중심부를 두더지처럼 파고 들어가 그곳을 헤집어 놓을 생각이다』

라이너 가날의 설치작품 「기초 한국어」는 서양인이 동양문화를 보는 방식을 서양인 스스로 비판하는 작품으로 이러한 기획의도를 살리고 있다.

전시장을 전시 성격에 맞춘 점도 이채롭다. 큰 전시장에 죽 늘어놓는 형식이 아니라 관람자의 동선과 작품의 상호조응을 생각했다. 「권력」을 주제로 한 제4 전시실은 권력의 복잡성을 느낄 수 있도록 미로식으로 설계, 관람자들이 전시공간에 들어오면서 바로 권력이 주는 긴장감을 느끼도록 했다.

커미셔너들이 뽑은 작가들은 주로 저명 외국작가와 우리에게는 생소한 한국작가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구정아 김범(생성전), 박 모 박홍천(권력), 임정의 민선주 신지철(공간), 이기봉(혼성) 강익중(혼성) 등은 주로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작가들. 반면 속도전의 요셉 보이스, 게리 힐, 펭멩보, 레오나르도 다빈치, 혼성전의 존 케이지, 권력전의 수빙, 생성전의 마리코 모리, 황용핑, 신디 셔먼, 루이스 부르조아, 로제마리 트로켈 등은 이미 대단한 명성을 갖고 있거나 최근 세계미술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작가들. 커미셔너들의 눈에 한국 신예작가들이 띄었다는 점은 우리 화단의 국제화 전략에 의미가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뚜렷한 흐름이 없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설치미술이 대종을 이루고 있으며, 영화 건축 만화 등 미술영역으로 침윤하고 있는 다양한 시각 장르 등이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장르가 새로운 만큼 참가작가의 반수 이상이 30∼40대의 젊은 기수들이다.

1회의 양적 성공을 발판으로 질적 도약을 모색하는 제2회 광주비엔날레. 그 모색에 이제 관객이 응답할 차례다.<박은주 기자>

□5개 소주제의 의미

◎속도·물(수)/커미셔너:하랄드 제만

1933년 스위스 출생. 69년 「태도가 행위로 될때」, 80년 베니스 비엔날레 「아페르토의 젊은 작가전」, 97년 리용비엔날레 전시기획총감독.

내용:현대적 문명, 정신, 자연의 양상을 해석. 속도와 물에 관한 동서양, 전통과 현대의 상이한 시각과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빌 비올라의 비디오설치 「물, 불, 공기」, 물과 신체를 결합시킨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 인터넷을 이용한 라이널 가날의 작품 등.

◎공간·불(화)/커미셔너:박경

1954년. 한국계 미국인 전시기획자.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테크놀로지, 환경주의, 문화와 도시계획에 관한 아이디어를 전달. 97∼98년 「마이애미 예술프로젝트」, 97년 뉴욕국제경제센터의 「아메리칸꿈의 신화와 현실전」.

내용:베이루트 홍콩 사라예보 서울 광주 등 세계 15개 도시를 통해 지구촌의 양상을 본격 탐사. 지역적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관성과 이를 해체하려는 이질적 요소의 갈등 관계를 묘사한다.

◎혼성·나무(목)/커미셔너:리차드 코살렉

1941년. 로스엔젤레스 현대미술관(MOCA)관장. 70년 「산업시대의 14조각가전」, 96년 「세기말전」 「리처드 세라전」 등.

내용:문화적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의 혼성 양상을 탐색. 태국의 나빈 라완차이쿨은 도시의 산업화로 주변화, 공동화한 태국의 도시 창 메와 주민의 삶을 인터뷰, 사진, 설치로 보여준다.

◎권력·쇠(금)/커미셔너:성완경

1944년. 인하대 미술이론 교수. 88년 뉴욕 「민중예술―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 제1회 광주비엔날레 남미지역 커미셔너. 93년 서울정도 600년 기념사업 기획전문위원단 단장.

내용:전통적인 권력개념과 현대사회의 다양한 구조 안에서 나타나는 권력의 양상을 보여준다. 파시즘, 냉전 같은 고전적 권력구조, 테러리즘, 언더그라운드 등 최근의 정치적 상황, 후기산업시대의 노동과 기술문제 등이 작품으로 해석된다.

◎생성·흙(토)/커미셔너:베르나르 마카데

1948년. 프랑스 세르지 퐁트와즈 국립미술학교 미학과 교수. 남성과 여성,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추적. 84년 「조각의 역사」, 95년 퐁피두센터 「여성―남성, 성의 예술전」 등을 기획.

내용:남성중심의 문명사에서 소외돼온 여성, 어린이, 동물 등에 초점을 맞추어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물신주의와 토테미즘, 신체사이클 등을 소재로 한 새로운 생명의 미학을 선보인다.<박은주 기자>

◎가는 길

본전시는 중외공원 내 비엔날레 전시관 5개 전시실에서 열린다. 제1전시실부터 속도―생성―혼합―권력―공간 순으로 전시가 구성돼 있다. 한 전시실 당 30분 가량 잡으면 넉넉하다. 특별전과 기념전이 마련된 교육홍보관·북한관―광주시립미술관 순서로 옮겨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비엔날레전시관에서 교육홍보관까지는 도보 이동이 가능하지만 행사장을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광주시립박물관부터 감상할 경우 광주시립박물관―교육홍보관·북한관―비엔날레 전시관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비엔날레 행사장의 전체 감상은 약 5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5·18묘역의 「광주통일미술제」는 행사장에서 전남도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90분 간격)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본전시 등 중외공원에서 열리는 전시는 모두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오 9시∼하오 6시(11월에는 하오 5시)계속된다. 광주통일미술제는 이미 15일부터 시작돼 10월15일까지 열리며 행사장 밖의 전시는 9월1일부터 10월15일까지 개최된다. 하루 관람권은 어른 8,000원, 중고생 6,000원, 초등생 3,000원이며 전기간 사용 입장권은 어른 5만원, 중고생 4만원, 초등생 3만원이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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