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전의 일본식민지와 같은 모습이 되고 말았다』 하버드대학의 에즈라 보겔 교수가 80년 그의 저서 「재팬 애스 넘버 원(Japan As Number One)」에서 미국산업경쟁력의 낙후성을 지적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이 전전의 일본식민지와 같은 모습으로 추락한 근거로 그는 일본이 70년대 후반부터는 미국에서 농산물이나 원자재만 사가는 사실을 들었다. ◆공산품경쟁에서는 일본이 한수 위다. 미국은 겨우 농업부문에서나 경쟁력을 발휘한다. 미국이 농산물이나 원자재를 제공했던 전전의 일본식민지와 다를게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가 지적한 급소는 미국산업의 낙후성이다. ◆미국에서 4번째 크기인 몬태나주 정도의 좁은 국토에 1억2천여만명이 옹기종기 몰려있는, 선진국 가운데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 식량의 30%, 에너지자원의 85%를 수입해야만 굴러가는 나라, 일본에 대한 분석은 그러나 퍽 우호적이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가 주관하고 고려대와 하버드대가 공동주최한 「퍼시픽 포럼」에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발표했다. 북한의 위협이 한국의 권위주의를 초래했고 역설적으로 이 권위주의 덕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는 그의 지적은 역시 흥미롭다. ◆김영삼정부의 개혁실패요인 분석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는 현실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던 야당세력이 집권한 후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전 정권으로부터 「단절」보다는 「취사선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 모두 가슴에 새겨야 할 충고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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