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보여준 경제대응에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계와 재계도 일련의 외환 및 자금시장의 혼란에 대처하는 정부의 기민성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더러 대책도 실기하거나 뒷북치기 일쑤라는 비판이다.이런 비판이나 불만은 어떤 경제대책이든 으레 관련당사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물려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기 본위의 주장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른바 위기라는 현상황하에서 우리 경제팀이 보여주고 있는 대응행태는 어쩐지 설익고 불안하다. 정부가 시장흐름의 파악에 감이 떨어지고, 그 바탕에서 시행한 정책의 시장장악력이 미흡해 정책의도나 목표가 제대로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현 경제팀의 주된 임무는 대통령 임기말까지 한보사태이후 극심한 혼란상을 보여온 경제난의 수습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팀이 보여온 행태는 위기수습보다는 효용성이 의문시되는 새 제도의 신설과 창안에 주력, 한건주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마저 낳고 있다.
정부가 부도유예협약의 폐지를 포함해 부실기업정리관련 법령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9월말까지 마치겠다는 강경식 부총리의 언급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부도유예협약은 한보사태이후 경제위기상황에서 대기업의 연쇄부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강행한 대응책이었다. 시행자체가 갑작스러웠고 관련 당사자인 금융기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했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시행착오와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받아들여졌고 진로와 대농, 기아그룹에 적용돼 부작용 못지않게 소기의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 제도는 한시적이고 과도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행 4개월여만에 이 제도를 폐지하고 부실기업정리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위급한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그만한 시간과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시행 4개월여만에 제도를 폐지하고 새 제도를 강구하겠다는 대책이 어디 있는가.
부도유예협약을 강행할 당시에도 그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터에 갑작스런 폐지 때 예상되는 부작용은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묻고 싶다. 금융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훨씬 예민해진 시점에서 정부가 이랬다 저랬다 새로운 아이디어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시장을 자극하고 왜곡할 뿐이다.
강조하건대 지금은 기왕에 정부가 약속한 제도와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보완해서 경제난국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다. 경제팀은 제발 큰 것보다는 세세한 일에 더욱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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