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임시입국 허가상태”미 국무부는 27일 장승길 북한대사 일행의 미국체류와 관련, 전날 「망명을 허가했다」는 발표문을 「법적으로 임시입국을 허가한 상태」라고 정정했다.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26일 브리핑에서 「망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기술적인 실수』라며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정부는 장대사 일행의 미국입국을 허용했고 현재는 「일시적 보호(protected)」 또는 「임시입국허가(parole)」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장대사 일행의 미국체류에 대해 미국이 이처럼 말을 바꾼 것은 일단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는 국무부측의 말대로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루빈 대변인이 전날 미국내법상의 정확한 법적 용어를 몰라 발표과정에서 단순히 「망명(asylum)」이라는 일반적 시사용어를 사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 『망명이라는 용어 사용은 부적절하다』며 번복한 배경에는 다분히 북한의 반발을 달래기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로서는 북한에 대해 『장대사 등의 망명을 허가했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들을 임시로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외교적 절충을 수월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대사 일행에 대해 적용됐다고 밝힌 미 이민법상의 「일시적 보호」 또는 「임시입국허가」규정은 「정치적 망명(political asylum)」 규정과는 엄연히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쿠바난민의 경우처럼 미국에 영구체류를 허가한 것이 아니라 비록 기한은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해당사유가 없어졌다고 판단될때는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정치적 망명의 경우는 미국정부가 받아들이면 영구체류가 가능한 영주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정치적 망명은 일단 미국영토에 들어온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볼 때 미국정부의 발표내용은 「장대사가 정치적 배려에 의한 긴급피난의 성격으로 일단 미국영토에 들어왔고 현재는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상태」라고 했어야 맞다. 그런데도 국무부가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말만 내세울 뿐 굳이 「정치적 망명」이라는 용어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배려때문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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