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부 부도유예협약 왜 재검토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부 부도유예협약 왜 재검토하나

입력
1997.08.29 00:00
0 0

◎부작용 보완·기아압박 “양동전략”/시행 4개월만에 하차… 정책 신뢰성 먹칠재정경제원이 28일 부도유예협약의 전면재검토를 공식발표한 것은 부도유예협약의 보완과 기아그룹에 대한 압박이란 두가지 난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일종의 「양동작전」으로 해석된다.

부도유예협약의 각종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최고경영진 퇴진각서와 노조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기아그룹에 대해 「협약기간이 만료(다음달 29일)되는대로 더 이상의 연장없이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엄포를 한셈이다. 그러나 불과 시행 4개월만에 전면재검토를 선언, 금융시장에 혼란을 주고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왜 전면재검토를 하나=주목할 대목은 부도유예협약에 대한 재경원의 시각이다. 재경원의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은 28일 『좋은 제도가 특정기업에 의해 철저히 농락·악용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도 같은날 『진로 대농때까지만 해도 부도유예협약은 순기능을 더 발휘했지만 기아부터 문제점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즉, 부도유예를 통해 기아에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는데도 불구, 기아그룹은 경영진 퇴진각서 등 채권단의 핵심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등 「권리」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바람에 은행과 종금사 등 부도유예협약 가입 금융기관들은 부도유예에 따른 채권회수 유예로 자금난이 가중됐고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물론 국제신용도까지 흔들리는 등 국가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좋은데…』라는 분석은 정부의 시각일뿐이다. 협약은 시행이후 오히려 기업의 부도를 부추기는 역기능도 적지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선정되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려고 어음을 마구 돌려 특정 기업의 자금흐름을 일거에 경색시키는 현상이 자주 빚어진 것이다. 이와함께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부도를 최소 2개월(당초 3개월)유예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살아나려는 자구노력을 게을리하는 부작용이 발생, 구조조정을 촉진하기보다는 거꾸로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왜곡된 면도 있다. 게다가 기업의 부실이 금융의 부실로 바로 전가돼 기업과 금융이 동반몰락하는 「복합불황」의 징후까지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대책은 뭔가=부도유예협약의 전면폐지보다는 부도유예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보완하거나 관련법을 손질해 법제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부도유예협약이 형식상으로는 지난 4월 금융기관들의 자율협약으로 탄생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강부총리의 대표적인 역작인데다 협약을 무턱대고 폐지할 경우 자칫하면 「연쇄부도대란」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경원은 약 일주일전쯤 부총리가 재검토를 지시한만큼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없지만 큰 밑그림정도는 그려둔 상태다. 강부총리는 『현재로서는 협약의 폐지, 보완, 법제화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법정관리제도 회사정리제도 파산절차법 등 기업의 퇴출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열」을 받고 있는 부분은 기아그룹 김선홍 회장의 사퇴불가 「버티기」에 대해 채권금융단은 물론 재경원도 유예만료까지 별다른 대책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점이다. 따라서 유예기간중에도 적절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예를 취소하는 등 협약운영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김경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