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길 대사가족의 망명사건이 26일 발표되자 미국언론은 이를 일제히 머리기사로 다뤘다. 북한과의 핵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대사가 오랜만에 TV에 등장했고 익명을 요구한 정부관리들의 발언이 신문지면을 메웠다.영어만 아니었다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를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장대사가족이 망명했다는 첫 문장을 지나치면서부터 그들의 접근은 우리와 판이했다.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을 뿐 망명사건이 한반도정세에 미치는 영향 등은 양념정도로 취급됐다.
미국의 관심은 역시 장대사의 정보 가치다. 그가 가져다줄 북한의 중동지역 미사일수출 정보가 미국언론의 흥미를 자극한 듯하다.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가 미국으로 망명했다해서 이만큼의 대접을 받았을까 궁금하다.
어찌보면 이같은 시각차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나라가 다른 관심사를 갖고있다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망명사건에 대한 기사의 홍수속에서 정작 놀랄 일이 눈에 띄었다.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전직미고위정보관리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정보분야에는 이 친구를 보고 군침을 흘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이런 친구들의 머리를 쥐어짜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개석상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미국의 조사에서 무엇을 말해야할지 코치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첫번째 사례이다』
미국이 우리측이 제공하는 대북정보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정부 일각에서는 우리측이 변질된 또는 부분적인 정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보면 우리측도 미국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실 고급정보는 미국이 더 많이 갖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이처럼 같아도 다른 것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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