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병은 뼈의 발육이 부실해 기형이나 불구가 되는 병으로, 생후 두돌까지의 아기가 잘 걸린다. 역사를 보면 구루병은 온대지방 도시지역 노동자 가정의 아기들을 주로 괴롭혀 왔다. 이 병은 영양부족과 자외선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해 비타민D가 결핍되기 때문에 생긴다.다른 병처럼 구루병도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일찍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안절부절하며 잠을 못잔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자주 한다. 심하면 근육이 경직되고 경기를 일으킨다. 구루병으로 죽는 일은 드물지만 신체 뿐아니라 정신 발육도 부실해져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는 일이 적지 않다. 구루병은 이제 한국사회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병이지만, 북한처럼 극심한 기아로 시달리는 곳에서는 큰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통일 후에는 바로 우리의 고민이 될 게 틀림없다.
구루병은 몇 세기 전부터 알려졌지만 산업시대에 많이 퍼졌다는 점에서 「근대병」이라고 할 만하다. 이 병에 대해 처음 기술한 인물은 영국인 의사 글리슨(1597―1677)이다. 그 덕에 구루병은 「영국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뒤 영국이 산업화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구루병이 크게 만연하자 영국병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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