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익제씨의 월북사건을 놓고 국민회의와 안기부사이에 벌어지고있는 신경전을 지켜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신경전의 발단은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의 「오씨의 기획입북 의혹」 제기이다. 안기부는 그 발언과 관련해 정 대변인의 출두를 거듭 요구중이나 국민회의측은 『필요한 조치를 할만큼 했다』며 불응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오씨 월북사건의 진상조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제1야당과 안기부의 싸움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정 대변인의 기획입북발언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안기부가 정대변인을 굳이 소환조사하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별로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안기부가 조사하려는 것이 명예훼손 혐의인지 오씨 월북과 관련된 사항인지도 불분명하다.
사태가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하면 안기부측에 득될 것도 없을 것 같다. 세간에서는 벌써 정치적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오씨가 국민회의 총재실 및 아태재단 사무실과 가진 핸드폰 통화에 대한 조사사실을 흘린 것만해도 그렇다. 월북전 잦은 통화가 의혹을 살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나 보안성이 취약한 핸드폰으로 안기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말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안기부의 신경전 와중에 묻혀버린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안기부의 책임문제다. 오씨는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기위해 방북을 시도한 사실이 있고 북한 천도교 관계자와 접촉을 가진 일도 있다. 그렇다면 오씨는 안기부의 특별한 관심대상이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오씨가 안기부의 눈을 피해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어떤 어려움을 겪었다는 흔적은 아직 없다.
시대적 추세에 따라 안기부의 기능축소를 요구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안보상황에서는 안기부의 역할은 당분간 더 증대될 수 밖에 없다. 안기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안보대들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해지고 치밀해지고 유연해져야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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