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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덩이 환차손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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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덩이 환차손 ‘안절부절’

입력
199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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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서만 3조 추정… 철강·항공·정유 등 피해 커/1원 평가절하때 포철 30억·대한항공 40억 까먹어국내기업들은 요즘 달러환율이 바뀔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달러화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이 올들어 입은 환차손은 무려 3조원대(추정). 그러나 이 정도의 환차손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불안감이 역력하다. 달러화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환차손을 줄일 수 있는 이렇다할 대책도 찾기 어려워 달러강세가 불황탈출에 부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치명타를 안길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분석한 555개 12월 결산기업들의 외환수지 현황에 따르면 26일현재 원화대비 달러화환율이 연초보다 7.15% 상승함에 따라 이들 기업들이 이기간동안 입은 환차손은 1조7,172억원에 달하고 있다. 나머지기업들의 환차손까지 합하면 국내기업들이 올들어서만 3조원이 훨씬 넘는 거금을 속수무책으로 까먹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하철을 40㎞나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을 손도 못써보고 잃어버린 셈이다.

특히 원자재와 설비도입에 따른 외화부채가 많은 철강 항공 정유 전자 등 업종의 기업들은 피해가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포철의 경우 상반기 환차손이 1,249억원에 달했으나 최근 들어 달러화가 추가상승함에 따라 환차손규모가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철의 외환담당자는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1원 평가절하될때 마다 30억원정도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면서 『달러화가 현수준을 유지해도 연말까지는 1,500억원이 넘는 환차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괌추락사고에 환차손까지 겹쳐 신음이 더 깊다. 대한항공이 달러로 빌린 부채는 총 45억달러. 이에 따라 원화가 1원 내려갈때마다 4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 올들어 입은 환차손은 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부채가 워낙 많아 외환부채의 평가손까지 합하면 연말까지 2,000억원이 넘는 환차손을 떠 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사정도 딱하다. 연간 40억달러의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있는 유공의 경우 달러매입에 소극적이었던 그동안의 전략에서 탈피해 달러를 사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올들어 발생한 1,000억원대의 환차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쌍용정유의 환차손도 올들어 700억선에 달해 자금압박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선박도입에 따른 부채가 82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해운업계도 장부상의 부채평가액이 크게 불어나고 원리금상환 부담이 늘어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수출 등으로 받은 달러자금의 환전을 늦추고 달러사재기를 자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시기를 놓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외환전문가들은 『환차손 증가는 국내기업들의 경우 선물시장 활용 등을 통한 헤지(위험분산)대책은 외면하면서 달러사재기에 급급하고 헤지를 할 수 있는 국내 선물환시장 등도 각종 규제로 제기능을 못한 데 따른 인재』라며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기본적인 대책부터 세워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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