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토론/미의 일 중시정책 싸고 논쟁/“한반도 위기시 자칫 한미갈등 우려”/한국의 민주화 지체원인도 거론「퍼시픽포럼」 마지막 날인 27일 상오의 제3분과회의는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을 주제로 특히 미국의 대한반도정책과 북한의 붕괴 가능성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전개했다. 임길진(미 미시간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 토론에 나선 이동휘(외교안보원), 서창록(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중시하는 미국의 현상 유지정책은 한반도 위기시 자칫 한미간의 갈등을 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일화 한국일보 논설위원 겸 통일문제연구소장은 현 구도는 과거 소련이 중국으로 대치된 냉전구도의 연속이라는 의문이 없지 않으며 이런 인식이 깊어지면 과거 이념적이던 동서 대립이 동서양간 문화충돌 대결구도로 고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로스(보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일본 중시는 양국간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제, 아직은 일본과 관련된 이익이 더 많은 만큼 일본을 축으로 한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하영선(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소위 「연착륙」정책 등 외부 영향보다는 「붉은 깃발아래 고난의 행진」 등 주민에게 인내를 강요하는 체제운영으로 버텨나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승주(고려대)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의 붕괴는 북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철수 전 주 대만대사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미국이 이 지역의 현상유지를 위해 한반도 통일이후에도 계속 잔류를 고려할 경우 중국에 대한 철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홍주 전 주미 대사는 통일문제를 비롯, 주한미군 존재 등 당면 주요현안에 대한 대통령후보들의 분명한 입장 표명 등 국내적인 논의가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오 김경동(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제4분과회의는 주제로 설정한 「시민사회와 민주화」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토론에 나선 송복(연세대) 교수는 임현진·송호근(서울대) 교수가 발표 논문을 통해 제시한 한국의 민주화 출발시점과 관련,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출범한 제1공화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장집(고려대), 임혁백(이화여대) 교수는 민주 발전에 있어서 문화적 요인을 강조한 올랜도 패터선(하버드대) 교수의 견해에 대해 시류 또는 상황에 따라 새롭게 조명되는 가변적 요소인 문화만의 접근 방식은 현상 해석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페터선 교수가 예로 든 영국식민지 경험과 관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경제적 부를 가꾼 반면 체제는 권위적인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성국(부산대) 교수는 한국의 경우 광복후 식민문화청산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민주화 진전이 더디어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주제 3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
◎한승주(고려대 교수)/대북지원 군동향 연계를
냉전의 종말이란 사건이 벌써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현시점에서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역사적으로 볼 때 패권국가, 세력균형, 강대국간의 협력체제, 또는 초국가적 기구에 의해 유지돼온 지역 내지는 세계질서가 지금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많은 다극체제의 출현이 예측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가 점점 다원화하고 민주적으로 질서가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계적 상황에서 화제를 한반도문제로 돌려보면 한국의 가장 다급한 문제는 북한이다.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군사력증강에 여념이 없는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다.
향후 수년동안 한반도는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 주변국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게임플랜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긍정적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북한이다.
북한이 장기적 개혁보다는 단기적인 생존전략에 치중하고 있는 입장임을 고려할 때 한국은 군사적 붕괴전략과 외교적 참여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여전략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통일은 한국의 의도보다는 북한정권의 변화에 의해 실현될 가능성이 많고 ▲전쟁의 억제도 통일만큼 중요하며 ▲북한의 개방과 개혁은 주변 모든나라에 유익하고 ▲인도적 원조는 필수적이나 대규모 경제지원은 북한의 군사적 태도변화와 연결돼야 한다는 네가지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통일이후 과제는 ▲안보 ▲경제적부흥 ▲남북한의 정치·사회적 통합 ▲외교적 조정 등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로 한국과 미국의 독자적인 노력은 물론 쌍무적이고 다자적인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통일이후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주한미국의 지속적인 주둔문제가 될 것이다.
◎로버트 로스(Robert Ross·보스턴대 교수)/중 견제 ‘힘의 균형’ 역점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게 된 미국의 안보정책은 세계 각 지역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아시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냉전시대 구소련에 대항하는 서방세계의 협력체제가 아닌 아시아내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현재 동아시아에 있어서 힘의 균형에 만족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쟁점이 되는 전략적 지역에는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이 좋은 예이다. 미국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막강한 군사력, 동아시아의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우방 국가들의 협조에 기인한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균형에 있어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라고 보고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대 아시아 안보정책은 중국을 중심으로 짜여지게 된다. 미국의 대 중국 안보정책은 두가지 목표를 두고있다. 하나는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중국영향력의 억제이며 또 하나는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줄이는 데 있다.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증대와 군사력 증강을 경계하는 동시에, 경제개발 지원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중국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공조관계도 결국 중국견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 대만 외교도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대 동남아시아 안보정책 역시 장기적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대한 견제이다. 미국의 대 한반도 안보정책은 금명간 닥칠지 모르는 북한의 정치적 위기에 따른 전쟁 위험성과 식량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문제가 중국과의 동아시아 주도권 싸움에 있어 중요하다고 보고 미국에 우호적인 통일이 이뤄지도록 전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 아시아 안보정책은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주제 4시민사회와 민주화
◎임현진(서울대 교수)·송호근(서울대 교수)/시민운동의 정치화 필요
노동법개정 파동, 한보사태, 김현철 비리사건으로 김영삼정권의 개혁정치는 끝내 실종됐다.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의 모범국으로서 한국은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는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힘겹게 현재의 위치에 왔다.
아직은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막중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정치권 행태를 보면, 한국의 정치는 없거나(무정치), 정치는 있되 「정치는 아닌(비정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위기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무엇이 민주화를 행한 국민적 호응을 분노와 절망감으로 바꾸어 버렸는가. 민주화를 이미 경험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김영삼정부의 성적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군부청산과 재권위주의화의 위험성을 일소했으며 비리의 온상이었던 정치권이 「나쁜 것은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직성을 갖추게 하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현집권세력은 거리집회와 저항운동을 통해 정치를 배운탓에 국가운영능력을 배양할 여유를 갖지 못했고 「변화와 개혁」만을 정치의 모든 것으로 단순화시키는 소박함을 보여주었다.
개혁만으로 정치안정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면 세계의 지도자들은 모두 김영삼스타일을 배우려 할 것이다. 개혁정부가 개혁에 따르는 비용을 깨닫는 데는 많은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정부는 그 비용을 상쇄할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못했다. 민주화를 촉발한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을 광범위하게 껴안았다면 사정은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개혁정부는 시민운동에 힘입어 정권을 장악했지만 시민운동을 활성화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운동 지도자들을 선별적으로 포섭해 시민운동의 조직와해와 지도자의 공백을 초래했다. 민주화는 시민운동 조직과 같은 단체적·조직적 활동의 정치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내년에 출범할 「제2기 개혁정부」가 시민운동의 정치화를 어느 정도 지원할지 또한 의문이다.
◎올랜도 패터슨(Orlando Patterson·하버드대 교수)/‘민주경제’ 큰 연관없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친화성에 관해 주로 논의하겠다.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었거나 경제발전이 이뤄지면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뒤따른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적 연구이다.
민주주의의 개념에 관한 정의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민주주의의 개념은 크게 세가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선험적 추론에 기초한 규범적 접근이 첫번째이다. 이는 「자유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있다」는 존 로크의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민주주의를 하나의 보편적 원리로 파악한다. 두번째는 실증주의적 시각이다. 이는 실제 실행되고 있는 민주주의를 통해 개념을 파악하는 입장이다. 마지막은 역사문화론적 접근이다. 이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서구의 역사 속에서 발달해 온 개념이며 제도로서 파악된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친화성에 대해 분석하겠다. 먼저 흔히들 설명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경제발전의 높은 상관성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서구사회에 국한시켰을 때 높게 나타나지만, 비서구사회를 관찰한다면 그 관계가 허위적임이 드러난다.
특히 카리브해의 영어권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민주주의는 모든 국가에서 발달되었지만, 경제발전의 정도는 최빈국부터 선진국 수준의 나라까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각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하나의 서구문화적 가치와 제도로 이해하면서 그것이 절대적이거나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일반화한 사고를 비판하고자 한다.
하지만 서구문화적이라고 해서 민주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각 사회에 맞는 「한 씨앗으로부터 피어나는 수천 송이 민주주의 꽃」을 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관기/냉전종식 의미 첫 조명/세계사 방향 가늠 기회 큰 의의
89년 9월의 베를린장벽 붕괴가 냉전종식의 시작이었다. 소련연방이 무너지고 유럽공산국이 민주화함으로써 이데올로기 대결, 미·소 대결로 인식된 냉전은 적어도 서구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이념의 승리, 소련에 대한 미국의 지리적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냉전종식 이후 걸프전, 크로아티아분쟁 등 치열한 지역분쟁으로 국제관계가 어수선하게 전개되어 냉전종식의 의미, 그 시작과 끝을 해부해 냉전후기의 세계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최근에야 미국학계가 냉전연구에 다시 눈을 돌릴 정도였고 한국학계는 아직 장을 열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일보사가 주관하고 고려대학교와 하버드대 국제관계연구소가 주최한 퍼시픽포럼(냉전이후의 세계―쟁점과 딜레마·26, 27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은 90년대이후 냉전종식의 의미가 혼란스럽게 작용해온 한반도정세를 광범하게 분석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국제 세미나였다. 「재팬 넘버 원(Japan As Number One)」으로 명성이 잘 알려진 에즈라 보겔 교수를 비롯해 조지 도밍게즈, 올랜도 패터선(이상 하버드대), 로버트 로스(보스턴대) 등의 저명한 미국정치학자와 한국측에서 한승주, 서진영, 김병국(이상 고려대), 안병준(연세대), 백진현, 임현진, 송호근(이상 서울대) 교수 등이 냉전후기의 시각을 갖고 주제를 발표했다.
보겔, 로스 등의 미국학자들은 냉전은 끝난지 오래이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새국제질서는 대체로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짜여져 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로스 교수는 지난세대동안 세계질서를 지배하던 미·소대결구도의 냉전체제는 종식됐지만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가상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통일은 물론 동아시아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대결이라는 새로운 구도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반도통일과 주한미군주둔 문제도 미국은 미·중대결 구도에서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문제를 풀려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유리하기만 한 정책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한국이 맺고 있는 호의적인 미국, 일본, 중국관계가 계속되는한 한국의 민주발전, 경제발전은 계속될 것이고 북한에까지 이런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발표자들은 냉전체제에서 아직 살아남아 있는 북한과 쿠바 두 공 산정권의 운명에 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김정일정권의 붕괴로 인한 연착륙에서부터 전쟁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변화가능성의 폭을 넓게 잡았고 쿠바는 지도층의 세대교체와 제한적인 외부자본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에 북한보다는 후냉전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지만 역시 정권안정이 얼마쯤 계속될지에 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다각적이고 다양한 국제정세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냉전체제의 해부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유감스런 일이었다. 냉전이 정말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살아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분석이 없었다. 냉전체제가 죽었다면 사후해부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직 냉전체제의 유물로 남아있는 북한, 쿠바 등의 방향을 예견하는데 보다 과학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차기 회의에서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정일화 한국일보 논설위원 겸 통일문제연구소장>정일화>
◎인터뷰/미 에즈라 보겔 교수/동북아 안정 미중 신뢰가 요체/중·일 한반도통일 불원은 대미 믿음 부족때문
한국일보사가 주관하고 고려대국제대학원과 하버드대국제관계연구소가 주최한 「퍼시픽 포럼」에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발표를 한 에즈라 보겔(Ezra F Vogel·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동북아정세와 한국의 개혁정책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냉전이 종식된 지금 동북아지역, 특히 한반도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절망감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군사공격의 행동이나 식량부족 등 경제난의 가중, 쿠데타 발생소지, 그리고 대량난민발생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96년 중국의 미사일 발사훈련에서도 나타난 대만과 중국과의 불안정한 관계도 지켜볼 대상이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은 그런대로 안정된 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합리적인 신뢰관계를 어느정도 견지하느냐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는가.
『중국은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광대한 나라로 국내문제를 잔뜩 안고 있다. 해안과 내륙지역간의 경제적 격차, 사회주의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 정치세대의 변화 등이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지난주 베이징(북경)을 방문해 중국정부요인들과 만나본 결과, 중국이 매우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90년대의 일본은 고속성장능력과 세계경제의 주도력을 상실했다고 보는가.
『지난 10년간 일본의 고속성장추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간중 한국 등 아시아의 다른 고성장국가들 역시 같은 상황임을 상기해야 한다. 90년대 거품이 걷히면서 약해졌다고는 하나 일본경제는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80년대때의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92년부터 96년 기간에 미국은 11%의 성장에 대만족해했다. 일본의 성장률 역시 같은 수준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시아지역의 민주화는 흑백의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비교할 때 이는 더욱 명백하다.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기대감이 컸던 데 비추어 새정부는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리더십과 능력은 얼마든지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어떤정책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은 80년대말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국민들에 의해 처형되는 것을 본 이후 개방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됐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개혁과 개방을 권고해 왔지만 북한의 개방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나 미국의 도움으로 북한은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태도를 평가한다면.
『중국에 북한의 존재는 접경지역의 미군 주둔에 대한 완충지대이다. 중국은 이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또한 일본으로서도 남북한 국민들이 모두 강한 반일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크게 의식하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은 그러나 통일을 통한 지역안정을 위해 이같은 자세를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미관계에서 신뢰를 확신할 경우 한반도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조재용 기자>조재용>
□약력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하버드대 교수
▲미 국방부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담당관(93∼95년)
▲저서 「일본의 기적과 교훈」 「가능성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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