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5일 대보름땐 소설속 그대로 절정/이효석 생가도 지척봉평은 가산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으로 더 잘 알려진 고장이다. 옛날부터 메밀로 이름났던 봉평은 메밀농사가 한창일 때 가면 보이는 곳마다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봉평은 정말로 지금 가면 딱 좋다. 여전히 메밀꽃이 한참 만개하여 작품의 무대였던 물방앗간 주변과 이효석의 생가에 이르는 길은 메밀꽃으로 환상적인 정경을 이루고 있다. 달이라도 휘영청 밝으면 영낙없이 그날밤의 광경을 읽어낼 수 있을 듯하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탁월한 묘사력 탓에 봉평은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인상깊게 새겨져 마치 고향같이 친밀하게 느껴지며 가끔씩 가보고픈 그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마침 9월15일은 음력 팔월 대보름이어서 10일부터 13일쯤 약간 이지러진 보름달이 훤하게 비칠 때 메밀꽃도 절정을 이룰 것이다. 꼭 달밤이 아닌들 상관있을까. 세월은 흘렀어도 흥정천 맑은 물은 여전하고 달빛도 흐뭇하다. 또 가산의 생가 주변으로 3만여평에 달하는 메밀꽃도 여전하다. 집주인은 바뀌었지만 홍씨성을 가진 소박한 인심의 새주인은 옛주인을 찾는 손님들을 어색함없이 맞아준다. 밭일로 집을 비우더라도 마당에 해가리개와 의자, 방명록까지 준비해 마음 놓고 쉬어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더욱이 금년에는 생가를 찾는 사람들의 권유로 밥 때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직접 심은 메밀을 갈아다가 간간한 요기감으로 메밀수제비와 전을 부쳐주고 일손이 넉넉한 때는 메밀묵을 쑤어주기도 한다. 맑은 가을바람에 유난히 구수한 메밀 냄새도 인상적이지만 가산의 생가 툇마루에 올라 앉아 메밀밭을 내려다보며 메밀수제비를 대접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먹을거리/메밀 묵·전·수제비 구수한 그 맛
봉평 장터에는 오랜 막국수 집이 몇군데 있다. 그러나 기왕이면 이효석의 생가(0374―32―0594)에서 메밀묵이나 메밀전, 메밀수제비를 부탁해 먹어보길 권하고 싶다. 봉평장터에서 2.5㎞거리인 봉평교에서 들어가는 「허브 나라」(0374―34―2902)에 들러 향긋한 허브차 한잔으로 나들이를 마무리하는 것도 멋있다.
◎가는 길/영동 고속도에서 장평거쳐 15리
봉평은 서울과 중부권 어디서나 하룻길이다. 영동고속도로 제2터널을 지나 첫번째 출입구인 장평에서 나서며 10m쯤에서 다시 우측 연결도로로 들어선다. 출입구를 빠질 때 서행하며 우측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일단 이 길에 들어서면 봉평까지는 6㎞, 다시 가산의 생가는 봉평장터에서 5㎞쯤 더 들어간다. 봉평에서 태기산 줄기 양두구미재를 넘어 둔내 출입구로 빠진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처음에 둔내로 들어가 봉평을 거쳐 돌아올 때 대화까지 내려가 방림삼거리에서 우회전, 안흥을 거쳐 새말로 나오는 길도 가을철 나들이 길로 달려볼만하다. 버스로 가려면 강릉행 직행으로 가다 장평에서 내리면 1시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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