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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의 세계·태평양시대 조명(퍼시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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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의 세계·태평양시대 조명(퍼시픽포럼)

입력
199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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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토론/YS개혁실패 원인 열띤 공방/“야당 배제 탓”“운용자 의지결여 때문”/일본 군국화 가능성도 뜨거운 이슈로첫날인 26일 상오 제1분과 회의는 한배호 세종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서진영(고려대)·김병국(고려대) 교수, 에즈라 보겔(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발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의 쟁점은 김영삼 정부의 개혁 딜레마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민주와 경제자유화의 확산 문제였다. 토론자로 나선 최상용(고려대) 교수와 손호철(서강대) 교수는 민주와 경제자유화가 병행한다는 보겔 교수의 지적에 대해 아시아의 경우 경제적 요인이 선행해 오히려 민주화를 리드한 예가 많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교수는 동북아 질서의 축을 미·중 양대구도로만 파악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 가능성에 대해 너무 낙관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고 보겔교수에게 물었다.

보겔 교수는 『2차대전후 경제적 이유로 정치·군사적 헤게모니를 추구하던 경향은 사라졌다』며 『경제대국 일본이 경제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일본의 선택은 중국의 향후 태도에 달렸다고 전제, 이 때문에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겔 교수는 이어 개혁 문제와 관련, 오랜 정당정치의 전통을 가진 서양과 달리 한국의 과거 야당은 현실정치로부터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향은 현재에도 이어져 「개혁 실패」의 한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차기 대통령으로는 군부 등 사회 여러계층내에 협력그룹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이성춘 한국일보 이사 겸 논설위원은 김영삼정부의 개혁 실패는 제도보다는 운영자들의 의지 퇴색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오의 제2분과 회의는 「공산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북한과 쿠바 등 마지막 두군데 남은 고립된 사회주의 국가의 문제와 장래를 집중 토론했다. 특히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개입의 정도와 폭을 둘러싼 열띤 논란이 있었다.

이상우(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정세현 민족통일원 원장은 현재 4자회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등 국제사회의 주도로 진행되는 접근방식은 자칫 통일후 우리의 주도권을 앗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정책과 민간분야 접촉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대해 도밍게즈(하버드대) 교수는 북한과 쿠바의 공통점중 하나는 반미 민족주의로 그동안 우왕좌왕했던 접근방식이 오히려 이를 부추긴 점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두 국가의 변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윤석민 기자>

□주제 1­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서진영(고려대 교수)·김병국(고려대 교수)/한국 ‘성공뒤의 위기’ 상황/분열과 가치혼돈 타개책 오직 개혁뿐

오늘날 한국은 「성공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성장의 꿈을 달성한 덕분에 근대적 이익갈등의 한 복판에 서게 되었고 가치혼돈에 빠지게 됐다. 아울러 통일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신장한 덕택에 통일비용을 걱정하고 북한 사태의 위험성에 대비 해야만 하게 됐다. 각계각층이 수많은 쟁점과 이슈를 놓고 심각한 견해차이를 보이면서 서로 견제하고 다투는 정치적 갈등상황 역시 한국이 군사독재 시대를 종식시키는데 성공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정치는 「성공의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전환시킬 능력이 없었다. 갈등구조안에 착근해 각계각층을 조직·동원하기 보다는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한국의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은 대중이 끼여들 만한 조직이 없었다. 하나의 논리로 일관되게 정강정책을 만들어 내는 이념 역시 없었다. 한국의 정당은 수많은 계층사이에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치적 분열을 새로운 가치의 창조로 승화시킬 줄 모르는 붕당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 아래서 「성공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은 정부의 몫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중심의 개혁은 수많은 긴장과 모순 및 딜레마를 만들어 내면서 김영삼정부를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내몰고 말았다.

우선 국가권력을 기본 수단으로 삼아 분권적 시장질서를 구축하고 다원적 정치체제를 형성하려는 모순이 존재했다. 개혁이 통치의 기반을 잠식할 위험성 역시 상당히 높았다. 개혁의 혜택은 국가사회 전체가 미래에 누리는 것인데 반해 그 비용은 일부 사회계층이 현재에 부담해야 한다.

개혁의 명분과 통치의 현실을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김영삼 정부는 명분론과 현실론의 양축을 두어 번 오가다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성공」이 정체성의 위기로 굳어지는 사태를 방지 하는 길은 개혁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혁은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에즈라 보겔(Ezra F Vogel·하버드대 교수)/안보위협 없어야 민주발전/동아시아 평화위해 지역협력체제 필요

지난 1세기 동안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국제구조를 먼저 적시하고 국제환경이 동아시아의 경제개방과 민주주의 발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의 초점을 맞추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록 충분조건은 될 수 없지만 외부갈등의 위협이 낮다는 점이 자유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의 필요조건은 된다고 하겠다. 지난 세기 동안 외부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낮을 경우 민주주의와 자유경제가 발전했다.

위의 이론을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북한의 경우에 적용해 보면 된다. 예를들면,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이후 북한의 위협이 61년의 5·16쿠데타 이전부터 권위주의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 60년대의 경제발전이 70년대의 민주주의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나 미국의 베트남에서의 패퇴와 닉슨 독트린으로 인한 북한의 상대적 위협증가는 박정희 군사정권을 공고히 해주었고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72년 유신체제의 출범을 도와주었다. 87년도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쟁취한 민주선거는 국민의 힘으로 얻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외부침략의 위협이 줄어든 국제환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유경제와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안정적 국제환경이 동아시아에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은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비록 한반도의 전쟁발발, 미·중간의 마찰증가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중국이 기존의 국제체제를 원하고, 일본이 세계평화와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미군이 아시아에 주둔하는 한 안정적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일본 미국은 한국과 함께 단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군비축소,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지역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제 2­공산주의의 위기

◎안병준(연세대 교수)·백진현(서울대 교수)/북 미봉책으로 체제연명/김정일 근본적 개혁 회피 장래 어두워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북한체제는 근원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심각한 식량난은 단순한 농업의 실패가 아니라 북한체제의 총체적 실패를 말해 주는 결과이다. 「공산주의는 쌀」이라고 강조해 온 체제가 식량을 제대로 생산하지도 사지도 또 얻어오지도 못하게 된 현실은 이 체제의 실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김정일 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피하고 있다. 개혁은 북한체제와 김정일의 권력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과거 김일성이 누리던 정통성과 카리스마를 결여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군부 등을 통한 물리적 억압과 다른 한편으로는 당면위기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통해 버텨나가는 전략을 계속하고 있다. 나진·선봉,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업 등 제한적 개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점진적 개혁의 출발점이라기 보다는 근본적 개혁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북한체제가 소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외부 지원 여하에 따라 단기적으로 연명할 가능성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북한의 장래와 관련한 중요 변수이다. 한국은 북한이 근본적인 개혁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처럼 미봉조치로 연명하는데 기여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북정책은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에 집착해 서둘러서는 안되며 분명한 목표의식 아래 수행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 경제적 곤궁이 반드시 체제의 붕괴로 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북한체제가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 쇠락만이 아니다. 파산한 이념, 권력의 불안과 함께 억압과 통제를 통한 주민기만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북한은 분단국이다. 북한의 현실과 대조적인 한국의 존재는 북한체제의 분열을 촉진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로 이점이 실패했으나 붕괴하지 않고 있는 국가와 북한의 근본적인 차이다.

◎조지 도밍게즈(Jorge I Dominguez·하버드대 교수)/쿠바 권력유지 개혁단행/지도층 세대교체·군비감축·개방나서

59년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공산혁명이 성공한 이래, 쿠바혁명정권은 쿠바의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쿠바의 경제는 심각하게 침체되었고 생활수준은 현저히 저하됐다. 그러나 동아시아를 제외하고 쿠바공산정권은 유일하게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카스트로의 영향력은 여전하며 일당독재정권의 기본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쿠바공산정권은 다양한 정치적 지지를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동유럽과 구소련이 공산정권 몰락이후 겪고 있는 급격한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을 대중매체를 통해 강조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과 동유럽의 몰락으로 쿠바는 가장 가까운 군사적 정치적 동맹국들을 잃었으며 특히 경제적 측면의 타격은 매우 심각했다. 카스트로는 여전히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고 미국달러화의 사용을 법적으로 허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94년에는 경제후퇴가 멈추고 96년에는 국내총생산이 7.8% 성장했다.이러한 가운데 엄격한 정치통제 아래서도 주목할만한 정치적 변화가 있어 왔다. 첫째 공산당과 정부기관의 최고위층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 지도층세대들이 쿠바정부의 개혁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둘째는 군사력 감축이다.

쿠바공산정권은 다음의 몇가지 이유로 계속 유지되어 왔다. 공산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도층의 세대교체와 군사비 지출감소 등을 통한 일련의 정치적 변화를 모색해 왔으며 경제적 개혁조치들을 단행해 왔다. 미국의 융통성없고 부적절한 대쿠바정책은 쿠바공산정권이 국내에서 민족주의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국외적으로는 미국의 독주에 반발하는 다른 국가들의 지원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쿠바의 현 정치체제는 붕괴전의 구소련과는 매우 다르다. 거역할 수 없는 국제적 경제상황 아래서 변화에 대한 압력은 계속될 것이지만 쿠바는 지도층의 통치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개혁과 미국의 부적절한 대쿠바정책에 힘입어 앞으로 몇년간은 현재의 정권이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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