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혈통위주 국적 취득 세계화 가로막는 성차별『국제 결혼은 점점 늘고 있지만 국적법은 50년전 그대로여서 답답하다. 최근 부계만을 따르게 되어있는 국적법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 소송을 벌이는 분들을 보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인과 국제 결혼을 한 임진숙(35·자유기고가)씨는 한국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자녀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놓았지만 「외국인」으로 한국에 사는 것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임씨는 이같은 처지를 27일 하오 2시 여성개발원주최 영어패널토의 「국제 결혼 가족:세계화를 향한 시험관」에서 털어놓는다.
임씨가 답답하게 여기는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편은 귀화하지 않는 이상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고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자동으로 국적을 얻는다. 대표적인 남녀 차별법으로도 지적 받고 있는 이 법에 의해 외국인 불법취업자와 결혼한 여성들은 자녀와 남편이 있어도 호적에 올릴 수 없는 딱한 현실이다.
임씨는 『세계화를 외치면서 국제 결혼에 이렇게 편견을 가져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한다. 다행히 임씨의 남편은 세종대 영문과 조교수로 안정된 직장이 있어 다섯살 난 딸과 함께 임씨의 호적에 올라있다. 딸은 임세연과 세레니티라는 이름 두개에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으며 임씨도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다. 임씨는 딸을 자신의 호적에 올린 이유를 『피의 반은 한국인이므로 한국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일하던 임씨는 직장동료였던 프랭크 페데스코(51)씨와 91년 10월 결혼했다. 『외국인 인데다 나이차가 17살이나 나고 초혼도 아니여서 적지않은 가족들의 반대를 이겨 내야했다』고 한다.
81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온 남편 페데스코씨는 불교에 관심이 많으며 온돌생활을 좋아하고 김치는 물론 오징어도 잘 먹는다.
임씨가 말하는 국제결혼 부부의 갈등원인은 문화적 차이. 이때문에 실패하는 국제 결혼부부를 많이 본다는 임씨는 『상대방의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되면 문제가 생기니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자신도 『결혼하는 동생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니까 남편이 이해하지 못해 섭섭한 적도 있으며 한국사회를 비판하면 꼭 내 개인을 비난하는 것같아 기분 나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는 임씨는 그러나 『세상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우리 사회를 공정한 눈으로 보게 됐다』고 말한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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