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의레 행정이 느슨해지고 사회기강이 흔들리면서 각종 탈법행위가 늘어온 게 우리의 오랜 폐습이었다. 올해도 3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 대선 때문인지 곳곳에서 「무질서」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것은 각종 토지관련 불법행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원이 이번 주부터 전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훼손 및 농지전용행위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우리의 그린벨트정책은 벌써 시행 27년을 맞고 있다. 지난 71년 수도권에 최초로 설정된 후 77년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총 14개 권역에 5,397㎢가 지정됨으로써 전국토의 5.4%를 영구보호해 오고 있다.
그러나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부분적으로 규제가 풀리거나 탈법사례가 묵인되면서 현재는 전체의 약 20%정도가 제 모습을 잃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들 지역 가운데서도 훼손이 두드러진 곳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대형유흥업소나 별장, 고급주택, 러브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는가 하면, 불법전용을 시도하다 말썽이 일자 그대로 팽개쳐진 곳도 30여개소에 이르고 있다.
전체 그린벨트지역주민은 영농에 필요한 간이축사 하나를 짓는데도 절대 불가원칙을 지켜온 당국이 이같은 호화건물을 짓는데는 무척이나 관대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각종 선거철에 이같은 이변이 늘어났음은 지난해 총선때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당국의 집계로는 작년 한해에만 전년대비 67%나 늘어난 3,600여건의 훼손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고 올들어서도 5월말까지 830여건이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감사원의 특별감사와 함께 정치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당부하고자 한다. 유권자들의 표만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 남발을 삼가 달라는 것이다. 일부 입후보자들 가운데는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정당이 승리할 경우 그린벨트를 완화내지 폐지해 주겠다는 공약마저 서슴지 않는다니 그 무책임성에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100만 가까운 해당지역 주민의 생활불편과 재산권 행사의 제한이란 희생이 따르는 게 사실이지만 그린벨트 제도는 우리에게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투기 억제 및 자연환경보호라는 3중의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뜻있는 외국인들조차 이 제도에 대해 성공적인 국토관리정책의 표본이란 칭찬을 서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집중적이고 철저한 감사를 벌여 그린벨트 훼손사례와 관련 공무원들의 묵인과 공모 등 유착행위를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감사원의 이번 특감이 결코 형식적인 엄포나 전시행정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린벨트는 악화일로의 환경을 되살리는 데도 반드시 보호하고 보존되어야만 할 우리의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