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장씨 보따리」 촉각/북 자극않게 조용하게 처리 희망/“거물” 판단 베일속 철저보호 예상미국정부는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 일행의 망명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이 『그 문제에 관해서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망명사실을 시인한 것이 고작이다. 이같은 미국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장대사 일행의 망명사건을 가급적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은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구체적 전말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장대사 일행의 1차 망명희망지는 미국이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과거 적성국 시민의 망명사건의 예와 같이 이번 사건도 미국정부와 장대사 일행의 「1대 1 관계」속에서 처리할 공산이 크다. 물론 비공식 경로를 통해 남북한 등 관련 당사자들에게 처리결과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정부가 전적으로 망명사건의 법적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전례에 비추어볼 때 미국정부는 일단 장대사 일행의 신변안전이 확보되고 또 망명의사 확인 등 국제적 규범에 따른 망명절차가 이루어지면 공식적으로 망명사실을 확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망명자가 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정부가 망명자의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게 이제까지의 처리관행이다. 특히 정보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망명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보국(CIA)이 신병을 맡아 최소한 6개월이상 안가에 보호하며 신문을 하게 된다. 일정기간 조사가 끝난뒤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한국의 경우와는 달리 미국은 망명자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된 뒤에도 그들의 사생활과 신변을 철저히 보호해 준다.
장대사의 경우 외교부부부장을 지낸 차관급인사로서 지금까지 망명한 북한외교관중 최고위급인데다 지난 3년간 이집트대사를 지내면서 중동국가들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등 무기판매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같은 절차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황장엽씨에 대한 미국정보기관의 면담을 허용했듯이 동맹관계에 입각, 양국 정보기관간의 정보교류는 이루어질 전망이다.
또 미국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 북한에 대한 정치적 배려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27일로 예정된 3차 미북 미사일협상, 내달 중순께 열릴 2차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그리고 2차 미군유해 발굴작업 등 예정된 행사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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