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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중동외교 “위기”(북 대사 형제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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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중동외교 “위기”(북 대사 형제 망명)

입력
199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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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기지 애 공관 무너져/이념 떠난 실질관계 실패북한의 대 아프리카·중동외교가 위기에 빠졌다. 91년 고영환(44)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과 96년 1월 현성일(38) 잠비아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부부의 귀순만해도 이 지역 일부 북한대사관의 특수사례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관이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장승길 대사의 망명은 사실상 북한 이념외교의 종말을 암시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 지역 22개 북한공관을 총괄하면서 비동맹을 축으로 한 이른바 「혁명외교」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공관관리 편제상으로는 외교부 6국인 중동국과 7국인 아프리카국의 관리를 받았으나, 이념외교의 특성상 당국제부의 외교정책을 중점 수행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북한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이 대외개방외교, 생존외교 등에 맞춰지면서 아·중동외교의 정치적 중요성은 이미 상당히 감소됐다. 북한은 미·일 등 대 서방 관계정상화를 도모해 경제회생의 계기를 추구했으나, 아·중동지역에서는 과거 「사회주의 형제외교」를 넘어서는 실질적 외교관계를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이에따라 외교부 편제상으로도 지역국 가운데 미국국이 제1국으로 자리잡는 등 미·일 담당 기구가 대폭 확대된 대신, 아프리카 관련 기구는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중동지역에 대한 북한외교의 침체는 비단 정치적 비중감소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지 공관원의 사기를 떨어뜨린 직접적 요인은 이 지역 공관에 대한 본국지원의 단절이다. 95년 북한외교부는 미·일·중·러 등 일부 주요공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관에 대해 공관경비를 자력으로 해결토록 지시했다. 이에따라 아·중동 공관원들은 여타 아시아 및 유럽공관원들과 함께 「자력갱생」과 「외화벌이」를 위해 「일꾼」으로 동원돼야했다. 물론 「자력갱생」에 실패할 경우 전원 본국소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씨는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로 교육받은 외교관들이 이 지역공관에 배치돼 상아, 담배, 술, 마약 밀매 등에 개입하면서 심각한 좌절을 겪는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90년대 들어서만도 약 20여개의 재외공관이 폐쇄돼, 80년대까지 90여개에 달했던 전체 재외공관 수가 96년 4월 현재 53개(대표부 총영사관 제외)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장대사의 망명은 북한 공관외교의 전반적 위축, 특히 아·중동외교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장대사의 후임이 누가 되든, 고영환―현성일―장승길 등 외교관 망명에 따른 위기상황을 복원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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