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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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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전해진 한국양궁의 쾌거는 엉뚱하게도 영화 「어 퓨 굿 맨」을 떠올리게 한다. 93년에 국내개봉된 이 미국영화는 톰 크루즈, 데미 무어, 잭 니컬슨 등 호화배역부터 화제가 됐었다. 한 사병이 기합을 받다가 숨진 사건을 놓고 구체제와 싸우는 젊은 변호사의 용기를 그리는, 비교적 진부한 내용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젊은 신념과 용기는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뜨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빅토리아 낭보에서 이 영화를 연상하는 것은 집중훈련을 받은 「소수정예」의 양궁팀이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는 점 때문이다. 영어제목이 아직도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 퓨 굿 맨」을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소수정예」다. 한국양궁의 등록선수는 2천여명에 불과하다. ◆일본이 1만8천여명의 선수를, 미국과 유럽이 1만명 이상의 선수를 갖고 있는데 비하면 이번에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쓴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것은 학교체육에서 발굴되어 국가대표가 될 때까지 과학적이고 체계적 훈련을 받은 소수정예가 이룰 수 있는 무서운 에너지이다. ◆한국양궁의 영광은 79년 베를린대회 때 여자 개인·단체전을 휩쓸면서 시작되어 96애틀랜타 올림픽을 거쳐 이번 대회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여자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두리(16)는 대회 전 TV에 비친 연습장면에서 『아직 어리기 때문인지 부담이 없어요』라고 담담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동쪽의 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동이족」의 후예답게 우리는 활과 관련된 많은 자랑스러운 고사가 있다. 젊은이들이 더 강하게 훈련하고 기술을 연마함으로써 단절됐던 전통과 세계정상의 영광을 지켜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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