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자극 않으려 ‘표면적 중립’ 내세워 시간벌기/북 “한국행은 저지”… 식량난 고려 냉정찾을듯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의 망명사건은 처리방향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따라서 신중한 접근을 통해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은 무엇보다 안정성 추구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상 유지를 취하는 가운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핵협상, 식량원조, 4자회담 등 일련의 대북 접근정책은 이런 기본방향과 일치한다.
장승길 북한대사의 망명은 이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일단 부정적인 변수로 등장했다. 이 문제의 성급한 처리는 명분을 중요시하는 북한으로부터 협상의 공간을 빼앗는 결과를 낳게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이에 따라 가능한 한 국제관례를 존중하면서 시간벌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대사가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남북한 어느쪽도 편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철저히 객관적 절차를 준수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측면에서 장대사 망명은 미국에 호재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북한의 대중동, 대아프리카 외교의 거점인만큼 고급정보의 집산지다. 미국으로서는 현안인 북한의 대중동 미사일수출 등 무기거래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성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는 또다른 이유다.
북한은 초반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장대사의 한국행만은 저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북미관계도 일정기간 냉각기를 거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식량난 타개와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하는 절박한 필요를 느끼고 있다. 미국이 시간을 갖고 대처하는 한 북한도 이내 냉정을 찾고 실리를 추구할 것이라는게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망명사건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의 기본틀은 그다지 변화를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정광철 특파원>워싱턴=정광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