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남자로 살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태어나는 것조차 남자면 무사통과이다.어려운 관문을 뚫고 태어난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차별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대개 직업을 가지려고 할때부터이다. 일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않고 잡았다고 해도 임금이나 배치 승진에서 남자와는 다른 대접을 받기 십상이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프리미엄은 대개 얼마쯤 될까. 그 답은 한달에 10만원이라고 일러주는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여자와 똑같은 일을 똑같은 시간만큼 해도 남자는 돈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안 28세 여성이 남자행세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었기 때문이다(한국일보 22일자 35면 보도). 가내수공업형태인 조그만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이 여성은 같은 노동에 여자는 60만원, 남자는 70만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남장 취업을 했다. 3년동안 잘 다니던 그는 최근 회사가 주민등록증을 요구하자 남동생의 주민등록증을 변조하여 제출하려다 진상이 드러났다.
주민등록증만 아니었다면 그는 계속 남자의 일을 잘 수행했을 것이다. 결국 이 10만원이 바로 노동량이 아니라 남자라는 이유로 주는 「남자」값인 셈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남녀를 막론하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주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일터의 실상은 다르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조차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의 업무 자체를 구분한 뒤 업무영역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하여 성에 따른 임금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때문에 동일영역에서 남녀임금격차는 최근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노동부 조사로는 94년 6월에만 해도 25∼29세 대졸 사무직의 평균임금은 남자가 78만635원이고 여성은 73만5,533원이었는데 95년 6월에는 남자가 85만2,775원일때 여자는 76만8,984원이었다. 여성이 100원 받을때 106.1원 받던 남성이 1년새 110.9원을 받는 것으로 차이가 커졌다.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시키면 이 격차는 더 커진다.
남자가 「남자」값을 이렇게 더 받으니 어떻게 「남자」에 연연하지 않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