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목되는 북 대사 망명(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목되는 북 대사 망명(사설)

입력
1997.08.26 00:00
0 0

이집트주재 장승길 북한대사 형제 일가족망명사건은 황장엽 노동당비서일행의 망명에 이어 불과 6개월여 사이에 상층부 권력엘리트들이 또다시 그들 체제에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사태다.당비서 망명도 처음이지만 현직대사가 역시 외교관인 형 일가족과 함께 망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북한체제가 받을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전해진바로는 장대사는 김정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얻고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향후 그의 망명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공식적 권력승계를 앞둔 김정일에게는 퍽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두 형제외교관 일가족의 이탈동기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초 3년여의 근무를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는 장대사의 경우, 작년 8월 서방으로 탈출한 그의 아들문제 등이 그를 괴롭혔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또 파리주재 북한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알려진 그의 형도 외화벌이사업의 부진 등과 관련해서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나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제아무리 정교하게 빗장을 건다고 해도 이들 고위급인사들의 탈북사태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생활을 통해 체득한 국제정세와 악화일로에 있는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공관을 통한 탈북 엑소더스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주체사상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황장엽 비서 망명사건때부터 이 「탈북도미노」현상은 예견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냉정히 판단,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현재까지는 이들의 망명과 우리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망명행선지와 관련, 이들의 망명사태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만약 이들이 망명목적지로 한국을 선택한다면 문제가 다소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망명은 허용하되 북한에 본인들의 자유의사 확인기회를 부여하는 등 「완충」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4자회담과 경수로사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파장이 야기될 개연성은 있다. 최소화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두말할 필요없이 4자회담이나 경수로사업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세련된 외교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과거 성혜랑사건에서 얻은 교훈처럼 서둘러서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차제에 언론도 국익을 해치는 과열경쟁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를 통해 그렇게 할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