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서 항공기 제작·반도체 설비 등 첨단산업계 필수분야로 확산/기업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2000년엔 시장규모 1조원 민간업체 개발참여 불붙는다「폭풍우가 몰아치는 ○○공항 남쪽 5㎞상공. 시정거리 제로」 서울 마곡동 아시아나항공의 운항훈련원 비행 시뮬레이터(모의실험장치) 조종실에서 모의착륙비행 훈련중이던 예비조종사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여기는 ○○공항 관제탑, 활공각지시기(Glide Slope) 고장으로 착륙유도기능 마비. 계기착륙하라』 컴퓨터 합성음이 시뮬레이터 조종실에 울리자 훈련생들의 손이 가볍게 떨리면서 행동이 민첩해졌다.
『랜딩기어 작동』 대형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폭풍우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3차원 입체화면으로 나타나자 조종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활주로가 안보인다』 시뮬레이터가 최악의 비행시나리오를 작동하자 훈련생들은 가상승객 237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비상착륙에 들어갔다.
그러나 착륙 10초전 조종간을 움켜쥐고 있던 훈련생 2명이 『활주로를 발견했다』고 숨가쁘게 말하는 순간 항공기가 활주로에 무사히 진입했다. 훈련생들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이 상황은 아시아나항공의 비행 시뮬레이터 연습과정. 아시아나 항공 운항훈련부관계자는 『최근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항공기 시뮬레이터에는 전세계 국제공항의 활주로, 관제탑 등 모든 실제상황이 들어있어 비상착륙 등 다양한 이·착륙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뮬레이터는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받는 부력과 마찰계수까지 실제와 똑같이 나타내주기 때문에 조종사들의 비행적응능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국내에서도 첨단산업과 국책산업 등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수분야로 등장, 각광받고있다.
국방 자동차 항공기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최근 발전소 철도 방위산업분야 등 국책사업과 항공기제작, 반도체공장 설비 등 첨단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뮬레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은 항공사. 아시아나 운항훈련원에는 항공기 기종별로 비행 시뮬레이터 4대가 설치돼 있다. 시뮬레이터 내부의 기계장치와 조종석은 항공기와 똑같아 조종사들에게 실제 비행에서 겪게 되는 온갖 상황을 훈련시킬 수 있다. 대한항공도 인천에 있는 훈련원에 8대의 시뮬레이터를 설치해놓고 예비조종사를 포함한 모든 승무원을 교육시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점보항공기를 2시간 연습비행하려면 2,560만원이 들지만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약간의 전기료와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모의 비행훈련을 통해 연간 500억원 이상의 훈련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분야에도 시뮬레이터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병력의 이동이나 장비운반문제로 실제지형에서 하기 곤란한 교육훈련을 컴퓨터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레이더장치, 탱크, 전차, 전투기 등의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훈련효과를 높이고 있다. 육군기갑학교에서는 최근 국산탱크 「K1 시뮬레이터」를 설치 완료하고 갖가지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의 「WSA423 레이다장비」, 공군의 「호크미사일 레이더 시뮬레이터」도 이같은 현상의 일환이다. 또한 전투상황을 특정목적에 적합하게 분석·묘사하는 전쟁분석기법인 워게임 시뮬레이션도 발전을 거듭, 최근 「연대급 훈련용 워게임 모형」을 육군이 개발해 훈련용으로 사용중이다.
산업체도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뮬레이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전자의 「해외 에어콘사업장」, 에시스침대의 「음성공장 증축」, 기아자동차의 「엔터프라이즈 생산영향력평가」, 만도기계의 「제동공장 설비」 등이 시뮬레이션을 거쳐 만들어졌다.
지난해 3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프로시스」로 정보통신부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한 심테크의 정영교 사장은 『올해 상반기 수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가량 늘었다』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거액이 들어가는 공장설비, 제어, 운영에 있어 실패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터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방과학연구원, 항공우주연구소 등 연구단체를 비롯, 대한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삼성전자 기아정보시스템 유니텍 하이테크미디어 등 민간업체들이 앞다퉈 시뮬레이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은 한국전력과 삼성전자가 공동개발한 「원자력발전소 시뮬레이터」. 한국원자력연구소는 70년대 말부터 외국에서 들여와 운영하던 원자력발전소 시뮬레이터를 한국형으로 대체, 지난 3월부터 영광원자력발전소 3, 4호기와 보령화력발전소 3, 4호기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장치는 사용자가 원전을 가동하는 것처럼 다양한 수치를 입력하면 반응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원전의 성능을 예측할 수 있으며 최적상태의 가동조건과 정상운전상태는 물론 각종 위험상황도 가상으로 조성, 운전자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철도청도 경기 부곡 철도공무원교육원에 30억원을 투입, 기아정보시스템이 개발한 새마을호를 비롯한 3종의 열차 시뮬레이터를 갖춰놓고 운전훈련을 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개발업체인 하이테크미디어 윤봉수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뮬레이션 시장규모는 미국을 100으로 보았을 때 6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개발이 본격화하고 장비가격이 내려가면 전분야로 확산돼 2000년에는 국내 시장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화여대 김명희(전자계산) 교수는 『세계화시대에 외국의 첨단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 배치를 최적화, 효율을 극대화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시뮬레이션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선/2차대전때 폭격훈련용 개발/우주항공·의료 등 폭넓게 활용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2차대전 당시 폭격훈련을 위해 개발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 원조격으로 이후 군사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됐다. 95년 보스니아 내전에 참전한 미 해군은 전투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훈련을 받은 뒤 출격해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미국의 군용 시뮬레이션 네트워크인 「심네트」는 현재 워싱턴, 독일, 영국 등에 설치된 200대의 탱크 시뮬레이터를 연결해 가상전투를 벌이며 연합군간의 지원, 공격 및 방어기술을 원격훈련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군사훈련에서 시작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우주 항공, 의료, 산업설비, 교육기관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법도 컴퓨터 기술발달에 힘입어 첨단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로콘트롤사는 항공관제 시뮬레이터에 세계 최초로 적외선 레이더 시뮬레이터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가상 관제탑을 진짜처럼 시뮬레이터로 구성해 활주로 진·출입, 이착륙 등을 3차원 영상으로 실감있게 표현해 항공관제사들을 훈련시킨다.
의료분야의 경우 3차원 해부, 원격수술 등에까지 이용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의학이미지과정그룹(MIPG)은 3차원 해부학 영상 소프트웨어인 「3DVIEWNIX」를 개발, 진단 자료를 원하는 각도로 회전시키거나 내부를 검사하기 위해 절단하는데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시뮬레이션은 가상현실, 인공지능, 통신네트워크 등과 결합돼 사회 전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실제상황 연출 모의실험/비용절감·안전성 등 장점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Simulation)은 실제와 같은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시켜 보는 첨단 모의실험기법이다. 컴퓨터에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입력시킨 후 거기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경우를 대입시켜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요소별 변화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가상현실(VR) 등 컴퓨터기술 및 전자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항공, 우주선, 군작전, 발전소, 의료, 선박, 기상예보, 공장설비 등 모든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전국제 기자 stevejun@korealink.co.kr>전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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