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책임·무대책 질타 소리/비상시국 맞는 특단조치 나와야한국경제의 침몰위기 중심엔 정부의 무책임과 무대응이 있다. 「한국경제호」의 주 엔진인 기업과 금융이 이처럼 망가진 데에는 「항해사」 「기관사」의 역할을 포기한 정부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자 국민정서다.
한보사태의 수습특명을 띠고 출범한 현 경제팀이 지난 반년간 유일하게 한 일은 「시장원리대로」 「구조조정을 위해」란 주장 뿐. 금리와 환율이 폭등하자 뒤늦게 돈을 풀었지만 금리·환율상승은 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었고 정부대응 역시 치료제아닌 진통제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 「경제교과서」는 그만 덮고 비상시국용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게 25일 발표될 「금융안정종합대책」에 대한 경제계의 주문이다.
특단의 조치란 첫째, 부실기업 조기정리 특히 한보철강처리에 정부가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6조원의 빚더미 한보철강 당진공장은 7개월 넘도록 주인을 찾지못해 고철더미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포철-동국제강팀이 2조원 가격으로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채권단은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에 소극적이다. 양측을 중재하든, 현대의 제철사업을 허용하든, 하다못해 공기업화하든 더이상의 국부낭비를 피하려면 한보철강의 매듭을 정부가 져야한다는 것이다.
김선홍 회장의 사표거부와 채권단의 자금지원거부로 공전되고 있는 기아그룹 처리도 정부의 교통정리가 요구된다. 1만7천개 협력업체들을 생각해서라도 김회장 퇴진을 밀어붙이든지, 채권단에게 자금지원을 명령하든지 선택해야한다. A은행장은 『한보와 기아가 안풀리면 금융기관 신용회복도, 금리·환율 등 시장불안제거도 불가능하다』며 『경제를 어떻게하려고 정부는 공자님 말씀만 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제일은행 한은특융도 조기집행되어야 한다는게 금융권 요구다. B은행임원은 『특융이 특혜임은 분명하지만 그 특혜로 시장전체가 안정된다면 피해선 안된다』며 『제일은행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도 없이 무작정 특융을 거부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불안심리를 제거하려면 정부가 「금융기관 도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하며 한은특융은 가장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크라이슬러의 빚보증을 서고 스칸디나비아국가 정부가 부실은행차입에 지급보증을 선 것은 시장원리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시장이 무너지는 것부터 막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기업도 금융기관도 정부가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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