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놀이문화를 비교해보면 아주 재미있다. 중남미 놀이문화의 으뜸은 춤이고, 한국은 노래다. 중남미의 춤은 모두 어울리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반면, 한국의 노래는 한 사람이 노래하고 다른 사람들은 감상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한국에 처음 왔을때 받은 한국 노래문화에 대한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느날 회식이 끝날 무렵, 사회자가 갑자기 한 사람을 호명했다. 그 사람은 몇번 사양하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불렀는데, 가수 뺨치게 잘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앵콜이 터져나온 것은 물론.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차례가 되어서 노래를 부르다가 가사를 몰라 중간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후 모임만 있으면 미리 가사를 적어 연습하는 바람에 이른바 18번도 몇 곡 생겼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
노래방 때문이다. 좁은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없고 조명이 어둡다 보니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도 볼 수 없다. 게다가 서로 자기 노래 찾기 바쁘니 남의 노래 감상은 뒷전이다. 마이크 성능이 좋아서 나같은 음치도 가수 기분낼 수 있고 가사가 화면에 나타나니 노래를 외우는 수고도 없지만, 예전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노래 감상하던 때가 그래도 좋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양궁 권투 마라톤 탁구 배드민턴 등 개인기가 중요한 종목을 잘 하고 중남미인은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하는 운동에 강하다. 바로 그 때문에 중남미 전역에서 축구가 만년 최고인기를 차지하는 것이다.
축구는 정말 힘을 모아야 하는 운동이다. 반드시 공이 필요하지도 않다. 공이 없으면 헝겊을 꼭꼭 뭉쳐서 공대신 차면 되고 선수만 뛰라는 법이 있나, 모두가 공만 따라가면 선수가 된다. 게다가 짧은 바지만 있으면 축구복이 해결되고, 축구화가 없으면 맨발로 차도 되며, 축구장을 지을 필요도 별로 없다. 넓은 공터에 장대 몇 개를 이어 놓으면 골대가 되니 말이다.
반면 한국인의 축구에 대한 관념은 아주 다르다. 축구를 하려면 축구화를 신고 유니폼을 입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축구란 선수만 하는 경기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경기를 보며 즐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축구선수들의 경기방식도 아주 다르다. 10여명이 합심해서 나보다는 우리를 앞세워야 얻어지는 것이 골인데, 한국에서는 「나 홀로파」가 단연 우세하다. 실력을 과신해서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가 빼앗기는가 하면, 상대방이 있는 곳을 보지 않고 힘 자랑하는 패스가 흔하다. 스타의식이 강한 선수에 대해 중남미 관중들은 야유로 응답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런 선수를 너무 믿는 건지 아무도 야유하는 법이 없다. 2002년 월드컵 주최를 계기로 축구에 대한 의식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축구란 모두가 할 수 있는 서민적 운동이며 「나 홀로」보다는 우리 모두가 합심해야 하는 운동임을 인식하자.<한국외대 교수·페루인>한국외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