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책회의 대정부 성토장 방불금융위기 등 경제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정도를 둘러싸고 정부와 신한국당의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23일 강만수 재경원차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열린 신한국당의 당 경제종합대책회의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었다. 이날 회의는 「대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20여명의 당측 참석자 모두 신랄한 어조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대선에 앞서 「줄서기」에 나설 수도 있는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회의는 초입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강차관이 미리 준비한 서면자료를 보고하려 하자 당측 참석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보고서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이런 보고라면 굳이 들을 필요도 없다. 다시 만들어 오라』며 보고청취 자체를 거부한 뒤 곧바로 정부측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이응선 의원은 『정부가 직접개입이 어려워 간접지원에만 치중하고 있다면 그런 사정이라도 충분히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텐데 왜 그것도 하지 못하느냐』고 질타했다. 이명박 의원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으니 기업과 국민의 불신을 사는 것 아니냐』면서 『안이한 탁상행정은 그만하고 현장중심의 정책집행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이어 금융연합회장인 이동호 지구당위원장이 가세, 『기아사태의 경우만 해도 여러 면에서 정부가 불신받게 돼있다』고 추궁했다. 기아그룹 중역출신인 이신행 의원도 『재경원의 기아사태 처리과정을 보면 제3자 인수의혹을 사게 돼있다』면서 『오해받지 않게 선후를 가려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강차관은 『보고가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의원들의 질문에는 오해가 많다』며 변명하려다가 오히려 이해구 정책위의장에게 질책을 당했다. 강차관은 특히 중소기업 진성어음 할인실태에 대해 『금융기관 한 곳만 빼곤 모두 잘 되고 있으며 철저히 지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당측으로부터 『현장을 확인해 보고 하는 소리냐』 『그런 현실성 없는 시각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특히 이의장은 최근 이회창 대표의 기아사태 개입을 「정치논리」라고 비판한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겨냥한 듯 『정부 고위층조차도 정치인들이 어떤 경제문제에 언급하면 무조건 정치논리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금융,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제논리이지 결코 정치논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의장은 금융권에 대한 한은특융, 정부의 금융기관외채 지불보증 등을 대정부 요구사항으로 제시하면서 『이는 금융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차관은 『당의 현장감있는 지적에 수긍하는 부분도 많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당과 감각을 같이하는 수준에서 최선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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