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중기·종금사 외면 ‘달러사재기’ 몰두로「돈을 풀었더니 환율이 다시 뛴다」
당국의 「자금세례식」 시장안정책의 한계가 벌써부터 노출되고 있다. 시장불안심리와 자금흐름왜곡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돈만 풀어대는 정부대책은 오히려 역작용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결제원이 고시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기준환율:전날 거래치의 평균환율)은 1달러에 899원30전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일 환율과 「타이기록」를 세웠다. 19일 장중한 때 「1달러=900원」벽을 돌파한 뒤 20일 역대 최고기록인 899원30전을 나타냈던 원화 기준환율은 당국의 대규모 자금공급(시장개입)으로 21일 898원60전, 22일 898원50전으로 떨어졌으나 이틀만에 재반등한 것이다.
이같은 환율반등에 대해 금융계는 해외신용도 추락에 따른 차입난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금리안정을 위해 당국이 방출한 긴급자금이 원화시장에서 제대로 돌지 않고 외환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대규모 자금방출로 돈이 남아돌게 된 은행들이 중소기업이나 종금사에 빌려주지는 않고 「달러사재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주들어 한은이 「금리안정」을 위해 은행권에 방출한 원화자금은 ▲18일 1조1,000억원 ▲20일 1조6,000억원 ▲23일 1조2,000억원 등 총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 풍성한 유동성을 자금난의 진원지인 일부종금사나 기업에 빌려주려 하지 않고 있다. 금리상승의 원인이 자금총량부족 아닌 시장불안심리에 있고 돈이 모자란 곳은 종금사와 중소기업들인 상황에서 금리가 오른다고 은행에 자금만 공급하다보니 은행들은 남는 돈을 달러확보에 쏟아부어 결국 금리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종금·기업자금난도 해갈되지 않으며 환율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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