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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따라 정책도 춤춘다/임기내 치적 남기려 단기과제에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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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따라 정책도 춤춘다/임기내 치적 남기려 단기과제에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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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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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정책 사라지거나 정반대로 바뀌기 예사/대입전형 너무 자주 변해 고3 수험생들도 교육장관 교체에 ‘신경’장관이 바뀌는 데 따라 정책도 춤을 춘다. 임기내 치적을 남기려다 보니 장기적인 과제보다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 주로 다뤄지게 된다. 또 장관의 철학과 전문성 여부, 정치력 여부 등 변수에 따라 정책이 수정되거나 백지화하기도 한다. 임명권자에 대한 장관 개인의 「충성도」도 정책 입안과 집행에 영향을 끼친다.

잦은 장관 교체로 인한 부작용은 아래로까지 이어진다. 신임 장관이 부임하면 또 그 자신의 평가와 연고 등에 따라 실무자들에 대한 인사이동이 뒤따라 이른바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의 정착이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8차례나 장관이 바뀌면서 평균 재임 기간이 7개월에 불과한 보건복지부는 수장의 잦은 교체가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대표적인 부서로 꼽힌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대형건물의 경우 3년에 한번씩 환기시설을 의무적으로 청소토록 하고 청소를 하지 않는 빌딩은 처벌한다는 내용의 공중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해보기도 전에 의무적인 청소규정을 없애고 정밀조사에 따라 상태가 지저분할 경우에만 청소하는 것으로 재개정됐다.

정부 발표를 믿고 사업을 확장하던 청소업자들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정책 재개정을 철회하라』면서 『복지부가 빌딩소유자나 빌딩관리업체들의 로비에 밀린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의 틀니에 대해 의료보험 적용을 검토해 왔지만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유보된 상태다. 사실상 장관이 바뀌면서 관계자들의 반발에 밀렸다는 설이 무성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물러난 이원종 전 서울시장은 여의도의 지상·지하개발 등 서울시 5대 권역 개발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조순 시장이 취임하자 마자 여의도 지상공원계획만 유지시키고 사실상 전면 무산됐다.

조시장은 『개발에 앞서 보전이 우선』이라고 계획변경 배경을 설명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직후 부임한 때문에 대규모 개발보다는 안전위주 정책을 선호하게 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이다 보니 비용이 적게 들고 치적 효과 면에서 유리한 정책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민정부 초대 노동부장관으로 부임한 이인제 경기지사는 전임 장관의 총액임금제 대신 「무노동 부분임금」을 강력히 추진하다 재계의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총액임금제는 장관이 바뀌는 와중에 흐지부지 됐고 무노동 부분임금은 후임 남재희 장관에서 이형구 장관으로 바뀌면서 비현실적이란 이유로 전면 백지화했다.

교육부는 초대 오병문 장관에서 김숙희 박영식 안병영 장관에 이르기까지 대입 전형이 거의 매년 바뀌다시피해 고3 수험생들마저 장관교체에 신경을 쓰는 현상도 벌어졌다. 이밖에 건설 교통 농림 해양 통산 정통부 등도 장관 교체는 물론 부서의 개편 과정 속에 부서 별로 힘겨루기가 심화하면서 갖가지 정책들이 사라지고 정반대로 뒤바뀌어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염영남 기자>

◎공무원들 개각때마다 “바쁘다 바빠”/취임·업무교육 준비 챙겨야할 일 산더미/개각발표 직후부터 밤샘근무 홍역

장관이 바뀔 때마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홍역을 치른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되는 장관을 맞으려면 각별한 취임 준비와 함께 장관에게 부처 업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개각이 발표되면 해당 부처는 곧바로 비상체제를 갖춘다. 취임식 준비와 각종 명패교체, 조직표 재작성 등 사소한 일처리부터 부처의 전반적 업무 및 현안에 대한 보고준비까지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부처 업무보고는 가장 중요한 일. 개각 발표와 동시에 실·국별로 업무보고 준비를 시작한다. 며칠 밤샘근무는 예사. 현정부 들어 개각이 잦았던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각 실·국별 업무에 대한 대략적인 보고서는 하루 이틀만 철야작업을 하면 된다. 하지만 예산편성이나 진행중인 법률개정안 등 현안에 대해서는 부서간 토의를 거친 후 별도 서류를 만들어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전문가 장관이 부처 업무를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부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개월 정도. 『열의가 있는 장관은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한번이라도 시달리면 업무파악이 대충 끝난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평이다.

이밖에 표창장이나 공문서 양식을 새로 만드는 등 장관과 관련된 사항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바꿔야 한다. 새 장관에게 정책 추진방향과 관련된 취임사를 만들어 미리 전달하는 것도 관례이다.

새 장관의 성향이나 경력 등을 파악해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하는 것은 「성공적인 장관맞이」의 결정적 노하우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개각 여부가 발표 당일에야 부처에 알려지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한 고위 공무원은 『예전에는 발표 며칠전 쯤에 유력인사가 대충 알려졌지만 요즘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발표를 듣고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실무자들은 새 장관을 정치인 출신과 내부승진한 정통관료 등 두 유형으로 구분해 대처를 달리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상세한 업무설명과 함께 예산편성이나 부처간 힘대결 과정에서 생긴 어려운 문제를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반면 내부승진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정책 위주로 보고서를 만든다.<이상연 기자>

◎입각 대상자에 대한 ‘검증’ 제도화 시급/까다로운 인준절차 탓 미 각료수명 평균 3년 행정의 연속성 살려

잦은 개각과 이로 인한 민생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각대상자들에 대한 검증제도와 종합적 능력평가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검증제도만 정착되어 있었다면 문민정부 초기처럼 현직 각료가 과다한 재산보유나 그린벨트 훼손, 뇌물수수 등으로 교체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비전문가 장관이 손쉽게 부처업무를 장악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만드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의 개각 과정을 지켜보면 제도적 보완의 당위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의 경우 각료의 평균 수명은 3년 가까이 된다. 대통령 임기가 우리와 달리 4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각료가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내각이 긴 수명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상원의 까다로운 인준절차에 있다. 신임 대통령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때는 물론이고 한명의 교체자만 있어도 청문회를 열어 청렴도와 능력을 검증한다. 이때 소관 부처에 관한 업무능력과 본인 및 가족의 개인 비리 여부, 이익단체와의 연계 개연성까지 철저하게 파헤쳐져 언론에 공개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제가 특색인 프랑스도 각료의 평균 수명은 우리보다 훨씬 긴 18개월. 각료의 스캔들이 잦은 것이 미국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인데 이는 경쟁 관계에 있는 대통령과 총리가 자기 사람을 밀어넣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각책임제인 영국도 우리만큼 개각이 잦지는 않다. 영국의 경우 총리와 내각이 임기를 함께 하는 것이 보통이다. 총리교체가 잦지 않은만큼 각료의 평균수명도 길 수 밖에 없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박경효 교수는 『신임장관 조차도 자신의 임기가 짧다는 것을 알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관은 대통령과 직업관료를 연결하는 고리인데 정치성만 강조돼 행정의 연속성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비전문가 장관들이 너무 자주 등용돼 「깜짝쇼」와 「복지부동」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좌관 형태의 외부 참모 영입을 개선안으로 내놓는다. 물론 비전문가 장관이 임명될 경우에 한해서다. 경직된 관료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업무추진에도 도움을 주자는 의도다. 박교수는 『비전문가 장관이 전반적인 부처행정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청와대나 총리 책임아래 인수인계 과정을 제도화하면 충분한 보완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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