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다. 모듈이 작동한다. 팬이 돌고 펌프가 작동하는 것이 보인다』러시아 우주인 파벨 비노그라도프(43)의 흥분한 목소리가 22일 러시아 지상관제센터와 미항공우주국(NASA) 통제소에 동시에 울려 퍼졌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3시간16분간 「대수술」을 받고 회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수술은 미르의 6개 모듈중 하나로 발전소 겸 실험실인 스펙트르의 전력공급선 11개를 복구하는 것. 스펙트르는 6월25일 도킹중인 화물선과의 충돌로 태양전지판 케이블이 절단되고 선체에 구멍이 났다. 이 바람에 스펙트르는 폐쇄됐으며 미르도 전원의 절반 이상을 잃고 지금까지 생사기로를 헤맸다.
수리에 참가한 우주인은 러시아의 아나톨리 솔로비요프(49·선장)와 비노그라도프, 미국인 마이클 포엘(40) 등 미르 승무원 3명. 작업은 철저한 역할분담속에서 이뤄졌다. 엔지니어인 비노그라도프는 스펙트르에 들어가 수리를 담당하고 솔로비요프가 이를 보조했다. 포엘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 탈출용 소유즈 우주선에서 대기했다.
240㎏의 육중한 우주복을 입고 벌인 수리작업은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비노그라도프와 솔로비요프가 빠져나온 모선의 해치에서 공기가 새기 시작한 것. 조치가 끝나자 이번엔 비노그라도프의 우주복 장갑이 찢어지는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2시간이 지체됐다. 통학버스 크기의 스펙트르 내부도 위험천만이었다. 암흑속에 부유중인 선체 파편 등에 우주복이 찢길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비노그라도프는 지구에서 연습한대로 신속하게 해치웠다. 케이블 복구에 예정보다 1시간이 절약됐다. 러시아 지상관제센터는 수리성공으로 미르 전원의 90%가 복원됐다고 밝혔다.
수리를 지휘한 솔로비요프는 4차례 미르탑승, 456일 우주체류 기록을 가진 베테랑. 그는 러시아 극동군구에서 조종사와 지휘관으로 활약한 뒤 레닌 콤소몰 체르니코프 고등군사공군학교와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를 거쳤다. 비노그라도프도 가가린 센터를 이수했으나 우주임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리학 박사로 4차례 우주비행 경력을 가진 포엘은 5월20일 미르에 승선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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