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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그룹 회장 “발암 증거땐 생산중단”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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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그룹 회장 “발암 증거땐 생산중단” 공언

입력
199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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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담배=암유발’ 논쟁 불붙여흡연과 암과의 상관관계 규명을 둘러싼 미국의 각 주정부와 담배업체와의 싸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미 필립 모리스사 제프리 바이블 회장은 21일 플로리다주 소송에서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나오면 담배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모리스사 최고위 인사가 흡연과 암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때문에 일부 언론은 바이블 회장의 발언이 마치 흡연과 암과의 관계를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해석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오히려 흡연은 암과 무관하다는 메시지가 짙게 담겨 있다. 모리스사의 마이클 요크 법률담당 고문은 『우리는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점은 인정해 왔지만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블 회장도 이 점을 강조했을 뿐 그의 발언은 전혀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해 온 각 주정부와 보건단체에 말로만 그럴게 아니라 증거를 대보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블 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금연운동의 확산으로 수세에 몰렸던 모리스사가 적극적 방어로 선회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모리스사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50년대부터 흡연과 암과의 관계를 활발히 연구, 93년에는 「간접흡연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으나 법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미국인 42만명이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소규모 담배회사인 리게트 그룹 베네트 르보우 회장은 『담배는 중독성이 있으며 생명을 앗아간다』고 직설적으로 밝혔으나 이 역시 재판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편 미 의회는 6월 모리스 등 미국의 3대 담배업체와 37개 주정부가 맺은 합의사항을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당시 담배업체는 향후 25년동안 흡연에 따른 피해보상과 금연운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3,685억달러(331조원)를 지급키로 했다. 그 대신 담배업체는 담배와 관련된 크고 작은 소송을 취하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합의는 의회의 승인을 얻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플로리다주 재판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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