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문제 비판… 측근 “예사롭게 보지말라”그동안 말을 아껴온 신한국당 이한동 고문이 22일 마음 속에 묻어둔 얘기를 쏟아냈다. 이고문은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덕정치국민연합 창립 7주년 행사에 참석, 지도자의 도덕성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특히 주제가 도덕성인만큼 이고문은 이회창 대표 두 아들의 병역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언급에는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었다. 이고문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병역문제를 다뤘지만, 현재의 정치상황과 맞물릴 수 밖에 없어 미묘한 해석을 촉발시켰다. 이고문은 나아가 헌정체제의 변화, 집권당 구조의 개선을 역설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을 주창, 현 대선구도의 변혁을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고문은 도덕론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고문은 『미국대통령 선출과정의 검증은 냉엄하다』며 『지도자는 전 생애에 걸쳐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문은 『로마공화정에서는 군역 의무를 치른 사람만이 시민이 될 수 있었다』며 『근세 서구에서도 귀족은 특권에 상응해 전쟁에 나서야 하는 의무를 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불문율이었다』고 말했다.
이고문은 『지금 시중에는 「무전입대 유전면제」 「현역은 어둠의 자식, 방위는 사람의 아들, 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비유까지 나돌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대목에서는 청중으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이고문은 직접 이대표를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최근의 정치상황에서 그의 병역의무론이 이대표와 자연스럽게 연관돼 해석되는 분위기였다.
이고문은 『도덕성을 잃으면 정권은 의미 없다』며 『현 정권 초기에 YS의 인기가 90%를 넘었지만 한보사태, 현철씨 사건이 터지면서 그 인기는 물거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고문은 정권의 도덕성 상실이 권력집중에서 기인한다며 내각제 등 통치체제의 변화, 대통령의 당총재 겸직 금지,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침묵해오던 이고문이 지도층의 도덕성, 병역의무를 강도높게 제기하고 정치체제의 변화마저 언급한데 대해 당 안팎의 시선은 민감하다. 일각에서는 『이고문은 신중한 정치인인만큼 결코 여권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이고문 주변에서는 『정치를 마무리할 연령에 던지는 말을 예사롭게 보지말라』고 말하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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