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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기업들 한숨돌렸다/종금업계 여신회수 자제결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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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기업들 한숨돌렸다/종금업계 여신회수 자제결의 파장

입력
199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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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위기감에 손들어… 금융불안 완전해소는 어려워22일 종금사 사장들의 「여신회수 자제결의」로 금융과 기업의 공멸위기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종금사들이 집중적 어음교환에 나서면 초대형 재벌도 견딜 수 없고, 종금사들이 집단적 여신회수만 자제하면 재무구조 불량기업도 부도위기는 넘길 수 있는 현 금융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종금사들의 이같은 결의는 집중적 대출금환수로 부도위기에 몰렸던 해태그룹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들에게 「단비」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실 한보사태이후 금융시장 혼란과정에서 종금사들은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고 재정경제원으로부터 「특검」위협까지 받기도 했다. 특히 기아사태이후 신용도 추락에 따른 해외자금차입 원천봉쇄로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부도설」까지 나돌면서 은행들이 하루짜리 원화자금(콜론)조차 대출을 기피함에 따라 종금사들의 여신회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신용거래를 위주로 하는 영업관행상 종금사들은 대출집행 및 환수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A종금사 임원은 『적어도 현 금융위기상황에 종금사들의 기업여신회수는 해외시장의 여건악화와 은행의 비협조에 대항,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자구적 방어」차원이다』고까지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회의에서 종금사들이 어음교환자제를 결의한 것은 「공멸위기감」때문이었다. 기업여신회수를 계속할 경우 대기업부도→은행부실심화→신용도추락→자금차입악화→경제구조붕괴의 악순환을 낳아 결국 스스로의 「묘혈」을 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종금사 결의만으로 금융위기의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종금사들이 결의한 여신회수자제 대상어음은 자체 보유 기업어음(CP) 뿐이다. 현재 85조5,150억원 규모의 할인CP중 종금사 자체보유분은 19조215억원(22%) 뿐이며 나머지 66조4,935억원(78%)의 CP는 은행신탁계정 등 기관투자가들이 매입보유하고 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자체보유 CP는 만기를 연장하겠지만 은행신탁에서 보유CP의 상환을 요청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80%에 가까운 66조원규모의 CP는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업도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종금업계는 현재 ▲4단계 금리자유화조치이후 주력수신상품인 어음관리계좌(CMA)에서 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은행권 등으로 빠져나가고 ▲해외에서 자금차입이 봉쇄된데다 ▲부도유예협약으로 막대한 여신이 물려있고 ▲은행신탁의 CP매입기피로 자금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다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어려움이 하루 이틀새 개선될 여지는 없고 종금업계가 요청한 정부지원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과연 여신회수 자율결의란 「신사협정」이 얼마나 지켜질지도 미지수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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