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흡연과 암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연 세계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그룹 제프리 바이블(60) 회장은 14세때부터 담배를 피운 애연가다. 그는 이날 재판전 증언에서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제시된다면 곧바로 공장문을 닫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흡연에 따른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미국 40개주중 처음으로 재판이 진행중인 플로리다 소송에서 원고측 변호사에게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피력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123억달러의 피해보상을 청구한 바 있다.이날 재판전 증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고측 론 모틀리 변호사는 『30년간 담배를 피워온 한 미국시민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했다는데 동의합니까』라며 화두를 꺼냈다. 바이블 회장은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두사람간에는 『사망자가 1,000명이라면』, 『그럴 수 있겠죠』 등의 말이 오갔다. 모틀리 변호사가 『사망자가 10만명이라면 어떨까요』라며 날카롭게 질문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바이블 회장은 『그럴 수도 있다』면서 담배의 암유발에 관한 증거만 있다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모틀리 변호사는 바이블 회장이 담배가 암과 유관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해석하며 득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누가 승리자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바이블 회장의 진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호주출신인 바이블 회장은 입사 29년만인 95년 2월 필립모리스 그룹 총수직에 올랐다. 그는 15만명이 넘는 직원을 통솔하는 다국적기업 회장이면서도 부하직원들을 애칭으로 부르고 일일이 생일카드를 보낼만큼 다정다감하다. 그러나 미국 재계에서는 공격적인 시장전략가로 명성이 자자하고 총수 취임이후 중국 일본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이날 모틀리 변호사에게 『우리회사 제품인 말보로를 즐겨 피운다』며 『흡연을 시작한지 20년동안은 1년에 두번 정도 금연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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