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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대선 다자구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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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대선 다자구도(사설)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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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의 대통령선거가 유권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다자대결구도 가능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의미에서 일면 긍정적인 면도 없지않으나 후보난립으로 야기되는 선택혼란이란 측면 때문에 벌써부터 대선후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도 없지않다.이미 주요정당들은 일찌감치 이회창 대표, 김대중·김종필 총재 등을 후보로 확정, 대선채비를 끝낸바 있다. 여기에 조순 서울시장이 20일 민주당에 입당, 가세함으로써 군소정당후보를 빼고도 이미 4파전 양상이다. 특히 신한국당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박찬종씨가 영남권을 배경으로, 이인제 경기지사가 정치권 세대교체를 바라는 지지계층을 앞세워 「입지」를 모색한다는 보도들은 이런 가능성을 쉽게 예견케 한다.

물론 결격사유가 없는 만 40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 문제는 출마에 합당한 명분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당내 경선에서 패배, 승복을 약속한 후 뒤늦게 이를 뒤집는 행위 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선거란 국가경영능력이 있는 최상의 인사를 어떻게 선출하느냐 하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다자간 대결구도에서는 이같은 선택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다자간 대결구도가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선택을 어렵게 하는 맹점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난립상태로는 당선자가 유효표의 30%선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히려 더 낮은 득표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선투표제라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는 상황 아래서 「소수표 당선」대통령은 집권기간 5년내내 취약한 정치리더십 때문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또 다수후보가 난립함으로써 선거는 필연적으로 지역대결, 혹은 각종 「연」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가령 당선자가 특정지역의 몰표로 당선됐다고 치자. 정국의 불안은 불을 보듯 뻔해진다.

대선구도를 이처럼 다자간 구도로 만든 1차적 책임은 여권에 있다. 이회창 대표 아들 병역면제의혹으로 집권당이 흔들리면서 문제가 발아했고 효과적 대처에 실패한 지도부 때문에 혼란은 잉태됐다고 할 수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용퇴론」이니, 「도중하차론」이니 하는 여당의 자중지란도 결국 다자구도의 생성에 한몫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더욱 이해하지 못할 일은 김영삼 대통령의 행보다. 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고 일사불란해야 할 때 조순 시장과의 비밀만남은 비록 양측의 설명대로 시정설명과 출마양해를 구하는 자리였다고는 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때가 때인지라 여러가지 억측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럴수록 유권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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