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변제 몇년치까지”에 초점/범위싸고 노동경영계 논란 불가피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우선변제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의 법개정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동부는 헌재의 결정이 퇴직금 우선변제조항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제한 우선변제」를 문제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헌재가 같은 조항의 3개월분 임금채권 우선변제에 대해서는 불합치 판정을 내리지 않은데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노동부의 법개정 방향은 89년 3월이후 발생한 퇴직금에 대해서는 모두 우선변제토록 하고 있는 지금의 조항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몇년치로 제한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노, 사, 공익 등 각계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 적정 수준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노, 사, 공익대표들로 구성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위원장 현승종)의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그러나 퇴직금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극히 드물어 퇴직금 우선변제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LO(국제노동기구)도 근로자의 생활보장을 위해 임금에 대해서만 일정부분을 우선변제토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4월10일 국회를 통과한 소기업지원특별법에 유사한 조항이 있을 뿐이다. 30∼50인 이하의 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는 근로기준법 37조 2항의 임금채권에 대한 특례규정으로 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임금과 「최소 3년간의 퇴직금」, 재해보상금에 대해 우선변제토록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저당권, 질권 등 담보물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헌재의 추상적인 판단이 적정 수준의 기준이다. 때문에 법 개정과정에서 퇴직금 우선변제 범위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관련조항은 효력이 정지되며 올해 말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된다.<남경욱 기자>남경욱>
◎재판관 8명 「불합치」 다수 의견
헌재는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우선변제 규정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조승형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다수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수의견=취지는 크게 두가지. 우선, 이 조항이 담보물권제도라는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이다. 임금에 대해서는 최종 3개월분만 우선 변제하도록 하고 있으면서 퇴직금은 제한이 없어 저당권자의 채권회수에 결정적 장애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는 결정문에서 『퇴직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액수가 점점 늘어 질권이나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게 되며, 이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제3자를 희생시켜 기업 파산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헌재는 이 조항으로 인해 금융기관 등 자금주가 기업에 자금제공을 꺼리게 될 것이고, 이로인해 기업이 도산한다면 결국 근로자의 생활보장이나 복지를 도모하려는 입법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질권 및 저당권의 효력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조승형 재판관의 취지는 이 조항중 「최종 3개월의 임금과 퇴직금」은 임금 뿐 아니라 퇴직금도 3월분, 즉 최종 근로기간 3년에 해당하는 퇴직금만을 우선변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때 이 조항은 질권 및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조 재판관은 어떤 법률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때는 통일적 법질서 형성을 위해 합헌적인 해석을 하는게 마땅하며, 이는 헌재의 판례로 확립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법률해석의 문제이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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