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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땅 무단점유 20년 넘어도/소유권 인정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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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땅 무단점유 20년 넘어도/소유권 인정 안된다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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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전판례 뒤집어/“지나간 재판 재심청구 안돼”다른 사람의 부동산인 줄을 알면서 무단으로 점유해 점유기간이 20년이 넘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타인의 부동산이라도 20년이상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해온 종전 판례를 바꾼 것으로 이해당사자들에게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21일 유모(서울 종로구 신영동)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이같은 취지로 파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 유씨는 91년 강모씨로부터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2백10여평 대지와 2층 주택을 사들인 뒤, 이 가운데 원 소유자 강씨가 무단 점유해 사용해온 국유지 80여평에 대해 『원 소유자때부터 20년이상 점유해온 땅이므로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 이에 대해 종전 판례를 원용, 『원고가 원 소유자의 점유권을 승계해 20년이상 이 땅을 점유해온 만큼 민법 245조에 규정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으므로 국가는 소유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점유자가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없이, 또 그러한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 부동산을 무단 점유했다면 20년이상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어긋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종전판례에 따라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경우는 재심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아 권리가 계속 인정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해설/재산권 부당침해 사례에 쐐기/땅 장기무단점유 보상 불가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타인소유의 부동산이더라도 20년이상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됨으로써 타인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온 사례들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종전의 판례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정신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 이번 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로 남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보편적 도덕관념을 존중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남의 땅이라도 20년이상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 무단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를 제치고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국가나 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무단점용하고도 소유권을 취득하는 부당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고 판례변경 취지를 밝혔다.

이번 판결로 현재 국·공유지를 20년이상 무단점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사유지를 20년이상 도로 등으로 무단 편입해 사용하고 있는 국가나 자치단체는 원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거나 적정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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