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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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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방문하는 98년 1월25일 적어도 1천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쿠바로 건너가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마이애미 가톨릭교구가 약 1천명의 가톨릭신자를 싣고 쿠바에 갈 전세선을 준비하면서 적성국여행허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지난 39년간 얼어붙었던 미·쿠바관계가 풀리는 모습이다. 찰스 라이트의 「들어라 양키들아」라는 책에는 쿠바인들이 미국을 왜 미워하게 됐는가가 적혀 있다. ◆경관좋은 해변은 양키들의 별장으로 꽉 들어차 있고 도시의 주요산업 역시 미국인들의 지배를 받고 있으면서 쿠바인들은 날품을 팔거나 몸을 파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책의 저자는 한탄했다. 59년 카스트로(71)가 바티스타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혁명을 했다. ◆구소련의 지원을 받으면서 불과 1백㎞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미국을 대항해 그런대로 주체성을 지켜왔다. 그러나 소련이 망하고 세계공산주의가 퇴조하면서 쿠바는 거지나라가 됐다. 도시건물은 갈라지고 쪼개져 온 국가가 폐광모습이 됐고 빵 의약품 등의 기본생필품도 품귀현상을 빚어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11월 혁명복 대신 신사복에 넥타이를 매고 교황청을 방문해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방문을 사상 처음으로 허락하는 한편 교황에게 미·쿠바간의 화해를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미국인들의 대규모 쿠바방문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동구공산주의의 기반은 교황의 폴란드 방문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번 교황의 쿠바방문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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