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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실제상황/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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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실제상황/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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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일대 해수침수 시작. 민방위 대원 비상소집. 인근 예비사단 병력 해안으로 출동. 가용장비 총동원」 을지연습이 시작된 첫날밤인 19일 새벽 이같은 급박한 지시가 시시각각 서해안의 자치단체와 기관들로 속속 내려졌다. 배수펌프가 가동되고 모래를 넣은 자루를 쌓아 바닷물의 유입과 역류를 막는 민·관·군의 작전이 밤새 숨가쁘게 계속됐다. 썰물이 시작되자 관계기관들은 「피해 최소화·작전성공」이라는 평가와 함께 추후 대책을 마련했다.이는 실제상황이 아니다. 실제상황은 서해안의 많은 지역이 바닷물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침탈」당한 것 뿐이다. 짠물에 저려진 농작물과 유실된 방조제들을 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갈갈이 찢겼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1년에 한번 실시되는 전시대비 훈련인 을지연습 중이어서 어느 때보다 실제상황에 대처하기에는 그지 없이 좋은 여건이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을지연습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민의 재산도 최대한 보호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차버린 꼴이다.

그날 전국의 많은 공직자들이 을지연습에 따른 비상철야근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설사 전문기관의 사전예고가 없었더라도 즉각 대처했어야 했는데 자리만 지켰지 행동할 줄을 몰랐다. 평소 국민을 가까이 하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공직자들이 그야말로 도상연습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탁상공론에 젖어있는 그들에게서 실생활과 거리가 먼 정책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현실은 어떤가.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 「두목」에게 상납하려는 「졸개」 근성의 아부꾼들이 득실댄다. 이들 집단들은 정책대결로 국민을 안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표를 깎아 이기려 한다. 그들에게 민생이 안중에 있을리 없다. 벌써 그들의 얼굴이 나오면 TV를 꺼버린다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국민들은 『우리는 아직 멀었어』라며 분개하고 있다. 이는 실제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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