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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는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던졌는가(화제의연극숨겨진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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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는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던졌는가(화제의연극숨겨진이야기:4)

입력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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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작·연출/호구조차 힘들던 시절 열정으로 만든 무대/고전의 틀을 빌려 현대세태 꼬집어극단 목화의 서울 서초동 연습장을 잠깐 보자. 잠방이 차림의 오태석(57)이 한 장면에서 알아들을까 의심되는 충청도 사투리로 한참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개막은 앞으로도 한두달 남았지만 미리부터 이렇게 닦달한다. 막상 공연에서 그렇게 떠들어 댄 그 장면은 툭하면 없어진다. 빼버린 거다. 『청량리를 가려다 목포로 빠질 수도 있는 걸요. 연극이란 게 함께 찾아가는 거지』 고지식한 원론에 기가 차다. 『늘 아마추어』라는 말까지 덧붙이니 지나친 겸손이란 생각이 스친다.

오태석은 30여년간 한국연극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연출·극작가. 장단 있는 대사, 비약을 품은 상상력 등 전통놀이형식을 이어받아 현대를 담아내는 방법론은 목화의 것으로 정립됐다. 「초분」 「태」 「춘풍의 처」 「부자유친」 등 화제작도 숱하다. 그는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를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심청이…」는 가난한 연극을 표방한 대학로 충돌극장 시절(90년)에 선보인 두 편 중 하나. 아무래도 가난한 시절이 그리운 모양이다.

「저질러진 연극인생」. 그의 연극입문은 이랬다. 연세대 철학과 2학년때. 연희극예술회로 그를 유인한 것은 라면, 역할은 막잡이였다. 그러다 하룻밤에 쓴 희곡으로 신인예술제에 뽑혔고 공연을 계기로 극단 회로무대를 결성했다. 상금이 꽤 두둑해 연극으로 밥벌어 먹겠단 생각도 들 법했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당장 제작비가 궁했다. 연대교가인 「연세찬가」 노랫말을 지어 상금을 보탰다. 졸업후 앞길이 막막하자 신춘문예로 눈을 돌렸다. 67년 한국일보 가작과 조선일보 당선, 68년 국립극장·경향신문 주최 장막극 공모 당선…. 연극을 호구의 수단으로 택한 그에게 당선으로 답한 것은 운명일까.

심청이(진영아 분)가 용왕과 함께 현대로 구경왔다가 사회의 비정함을 짊어지고 40여명의 창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다는 「심청이…」는 「섬뜩한 리얼리티」의 연극이다. 오태석이 『한두명 물에 빠져서는 사회를 개안시킬 수 없겠더라』며 쓴 것이다. 물난리에 소를 잃고, 소매치기에 칼 맞고, 화염병 만들어 팔려다 화상을 입은 세명(정원중 분)이 돈 받고 공을 맞는 장면을 보자. 백가면을 쓴 세명이 공에 맞을 때마다 가슴에서 뻘건 핏물이 솟구쳐 객석까지 튀었다.

오태석은 『「태」 「부자유친」 등이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 해석한 것이라면 「심청이…」는 고전의 틀을 빌려 현대의 세태를 담은 대표적 작품』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세계연극제 공식초청작으로 「백마강 달밤에」를 연습 중이다. 『이번에 또 좀 바꿨어요』 「아마추어」란 말에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 했던 생각이 쑥 들어간다. 그는 늘 연습하고 고치면서 「가장 연극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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