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바이겔(58) 독일 재무장관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재무장관을 8년간 지내며 통일 독일의 통합과정을 이끌고 유럽의 번영을 가꿔온 「거목」이라는 점에서 그의 퇴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헬무트 콜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바이겔의 「공백」이 초래할 향후 독일 정국의 변화이다.바이겔 장관은 20일 방영된 한 TV 인터뷰에서 98년 9월 총선이후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가 된 것은 그의 퇴임 시기보다는 사퇴의 변이었다. 그는 『남들이 바라던 이상으로 맡겨진 직무를 수행했다. 언젠가는 끝내야 할 시점이 있다』며 과중한 책무로부터 벗어나고픈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분단의 빗장이 풀리던 89년부터 재무장관직을 맡아온 바이겔의 누적 피로도는 상당하다. 방대한 동독 재건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한편 유럽 통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힘겨운 업무였지만 뚝심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를 버텨냈다. 그러나 올들어 전후 최악으로 치솟은 실업률 등 경제사정이 악화하며 이를 책임진 바이겔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첫번째 사단은 6월 발생한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의 갈등이다. 유럽통화동맹(EMU) 가입을 위한 재정적자 보존책 일환으로 추진하려던 금재평가정책이 중앙은행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 것이다. 분데스방크가 무릎을 꿇는 모양새를 갖추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바이겔이 패배의 상처를 입었다. 바로 뒤이은 것이 통일세를 비롯한 세제개혁 파동이다.
그의 사퇴 시사발언은 정계에 즉각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야당인 사민당은 『직업에 염증이 난 장관은 국가에 독이 될 뿐』이라며 즉각 퇴임을 주장했다. 나아가 경제실정을 부른 정부 퇴진 및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해 내년 총선에서 5선을 노리는 콜 총리의 정치적 야심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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