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립위기 종금사,해태 등 마녀사냥식 자금회수 재개금융시장 혼란의 심화속에 기업과 금융의 「공멸」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 도산위험성 마저 고조되고 있는 종금사들은 또다시 재무구조가 나쁜 업체들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식」 자금회수에 들어가고 있다.
21일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을 긴급수혈받은 해태그룹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해태그룹의 경우 지난해 현재 자기자본비율이 13.2%로 여신규모 2,500억원이상 49대 재벌그룹의 평균치(20.1%)보다 낮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6.6%로 평균수준(5%)을 웃도는 등 재무구조가 탄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3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해태측도 『20일 해태상사가 부도위기를 맞았으나 일시적 자금운용차질 때문일 뿐 정상영업엔 전혀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6월이후 제2금융권 빚을 400억원이상 갚아왔고 교환어음도 자체 자금과 은행권 지원으로 결제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갑자기 모은행이 지원약속을 어김에 따라 자금난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조흥은행의 긴급대출로 부도위기를 넘긴 이상 평상시처럼 어음이 돌아온다면 큰 위험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2금융권에선 이미 해태측을 상대로 여신회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도설이 퍼진 21일엔 평소 2배에 달하는 1,200억규모의 어음이 집중교환됐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재계서열 8위의 기아그룹도 종금사들의 여신회수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며 『스스로 묘혈을 파고 있는 종금사의 어음교환자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종금사들의 여신회수행태는 과거 진로 대농 기아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종금사임원은 『과거엔 소문에 따라 어음을 돌렸고 은행과 기업이 사정을 하면 바로 만기연장조치를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종금사 자신이 위태롭기 때문에 누가 사정한다고해서 여신회수를 자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사태이후 해외신용도추락으로 달러차입이 봉쇄되고 콜시장에서 급전조달도 어려운 상태에서 종금사들은 자금을 확보하려면 결국 기존 대출금을 회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종금사 스스로 「존립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여신을 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금시장 불안이 증폭될수록 종금사들의 「기업목죄기」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종금사 부도설에 대해 종금사들이 『결코 우리 혼자 망하지는 않는다. 종금이 쓰러지는 상황이면 아마도 기업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조기진정되지 않는다면 금융과 기업이 서로를 죽이는 공멸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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