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금융기관 회수에 도움/근로자들 불안감 반영 중간정산제 등 확산될듯/우선변제 기준기간 설정 등 근기법 개정향방 주목헌법재판소가 21일 기업파산시 근로자 퇴직금을 우선 변제토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37조 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퇴직금제도와 금융기관의 담보관행, 경매절차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파산시 3개월분의 임금과 퇴직금을 질권, 저당권 등에 우선해 변제토록 한 근로기준법 제37조 2항은 89년 3월 법개정당시 신설됐다. 그 이전에는 임금·퇴직금이 질권, 저당권보다 후순위여서 기업파산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많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8년만에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헌재 결정의 배경은 퇴직금에 무제한의 우선변제권을 줌으로써 질권, 저당권이 유명무실하게 됨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문제가 초래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기업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퇴직금을 미리 고려할 필요가 없어 담보능력이 커짐에 따라 자금조달이 훨씬 쉬워지게 됐다. 금융기관으로서도 대출자금의 회수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기업파산시 퇴직금 전액을 보전받을 수 없게 돼 생계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노동계가 헌재 결정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는 『퇴직금은 매월 지급받는 임금의 일부를 노후생활을 위해 적립한 것으로 임금에 속한다』면서 『3개월분의 임금은 우선변제채권으로 인정하고 퇴직금은 인정치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안이 근로자의 생계와 직접 연관된 것인 만큼 노동계의 반발은 전례없이 클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으로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올해말까지 개정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개정의 방향에 대해 『법 개정은 퇴직금 우선변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3개월분치로 제한하고 있는 임금처럼 퇴직금도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기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몇년치를 우선변제분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개정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이 신설된 89년 3월이후 발생한 퇴직금은 모두 우선변제해야 한다.
학계 등에서도 기업파산의 책임이 전적으로 경영주에게 있거나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일부 기업풍토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법개정시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으로 새 노동법에 도입된 퇴직금 중간정산제, 퇴직연금보험제 등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시퇴직금 보전에 불안을 느낀 근로자들의 도입 요구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근로자 퇴직전에 미리 지급, 정산하는 중간정산제는 새 노동법이 통과된 3월이후 6월말까지 3백95개사가 도입했으며 퇴직금을 보험회사에 적립,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퇴직연금보험제도 1백73개사가 도입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은 적용이 중지된다. 또 현재 기업파산 등과 관련해 법원에서 진행중인 부동산 등 담보물권에 대한 경매절차는 중지될 수 밖에 없으며 관련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근로기준법 제37조 2항◁
(기업의 파산시 근로자의) 최종 3월분의 임금과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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