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 파업 승리 견인/미 노동운동 새 전기미국 최대 택배회사인 UPS사 파업을 이끌어온 전미트럭운전사노조(팀스터)의 론 캐리(61) 위원장은 19일 이번 파업이 미국내 전체 노동자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날 회사측과 80여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마련한 파업 종결을 위한 잠정 합의안을 보면 정식 전일근무자 증원을 비롯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된 때문이다. 노조문제 전문가들도 노조가 3년간 점진적으로 정식 전일근무자를 늘리자는 입장에서 후퇴해 5년으로 타협하기는 했지만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연금 관리권과 임금인상 등을 관철시킨 실질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번 파업은 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항공관제사협회(PATCO) 파업이후 임시직 고용을 합법화함으로써 위축됐던 미국 노동 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파업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음에도 불구, 여론이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과 지원을 보였다는 점을 중시한다. 미 경제의 계속된 호황에 따른 마음의 여유가 한 이유이지만 지난 50년간 침체일로를 걷던 미 노동계는 파업성과 못지않은 부수적 효과에 흡족해 하고 있다.
그 공은 치밀한 각본과 조직력으로 파업을 지도해온 캐리 위원장에게 돌려진다. 막강한 조직으로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했던 「지미 호파 팀스터 위원장 신화의 재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리는 마피아를 업고 금권과 폭력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호파와는 분명 다르다. 오히려 그는 권력집중과 음모, 부패로 대변되는 「호파식 노동 귀족」의 악습을 타파한 개혁 투사로 각인돼 있다.
뉴욕에서 태어난 캐리는 2대에 걸친 팀스터 운전사 출신이다. 고교 졸업후 해병대 근무를 마치고 곧장 UPS사에 몸담았다. 67년 뉴욕지부장에 선출된 뒤 8연속(임기 3년) 당선됐던 그는 92년 팀스터 사상 처음 비밀선거로 치러진 전국위원장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캐리는 맨먼저 자신의 연봉을 22만5,000달러에서 17만5,000달러로 줄이고 팀스터 소유의 호화별장과 제트비행기, 리무진 등을 팔아 치웠다. 노동자 본연의 자세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이번 파업은 「민주화를 일궈낸 노조 전체의 승리」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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