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P매입 중단/외화·원화 이중자금난/부도설도 꼬리에 꼬리전례없는 외화·원화 이중자금난이 종금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종금사들의 하루짜리 외화자금 조달금리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뛰어오르는가 하면 예금유출과 기업어음 매출부진 심화 등 안팎에서 종금사의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현상이 겹쳐 일어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종금사들의 하루짜리 외화콜자금(오버나이트) 조달금리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상승했다. 시중은행들은 해외시장에서 런던은행간대출금리(리보)+0.05%포인트로 하루짜리 외화자금을 조달, 이 가운데 일부를 자체 외화조달능력이 부족한 종금사에 리보+0.2%포인트로 빌려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금사정이 어려울때에도 종금사의 오버나이트 금리는 리보+1.2∼1.3%포인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외화자금이 부족한 일부 종금사들이 가격을 불문하고 자금차입에 나서면서 리보+1.6∼1.7%포인트의 초 고금리 오버나이트가 등장했다.
그나마 은행들도 해외 자금조달이 여의치 못해 자금조달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은행권이 종금사에 대출해준 중장기 외화자금을 회수하고 기업들도 달러확보에 나서면서 종금사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18일 한때 외화자금을 막지 못해 위기에 몰렸던 종금사들은 한국은행의 5억달러 긴급지원으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1주일뒤 상환기일이 되면 또 다시 쪼들릴 수 밖에 없어 한은이 기간을 연장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종금사들은 외화콜을 타 종금사에 제공하고 있다. D종금 관계자는 『종금업계의 동반신인도 저하를 막기 위해 매일 1,000만-2,000만달러 규모의 콜 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대한 부실여신으로 자금이 묶이고 은행권의 단기고금리 상품으로 막대한 돈이 빠져나가면서 가중돼 온 종금사의 원화자금사정 악화는 은행 신탁계정이 종금사가 할인한 기업어음(CP)매입을 더욱 줄이면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은행중에는 아예 현대 삼성 LG 등 3대 그룹이 발행한 CP조차 매입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종금사의 보증자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CP로는 자금을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금사에 콜자금을 제공할때에도 신인도가 약한 종금사에는 직접 제공을 꺼려 타 금융권을 통한 「쿠션대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일 콜기준금리는 13.1%였지만 금융기관을 거치는 동안 금리가 상승, 후발전환종금의 실제 콜 차입금리는 13.25%까지 올라갔다. 종금사들은 부족한 외화자금을 매우기 위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하고 있는데 환율까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바람에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어느 종금사가 부도날 가능성이 있다는 악성 루머까지 퍼지고 있어 종금사들은 기한이 도래하는 여신은 최대한 회수하고 고금리를 주더라도 예금을 끌어오는 등 유동성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 종금사 영업담당 간부는 『자칫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진다』며 『지금은 수지악화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종금사 임원은 『원화와 외화자금 조달이 지금처럼 동시에 압박을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종금사로서는 심사기능을 강화하고 외화자금조달 및 운용구조를 건전화하는 중장기 대책 외에 단기적으로는 정부지원만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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