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서해안 일대의 집과 논에는 갑자기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단 한차례의 사전 경고는 커녕 신속한 사후대처조차 접하지 못했던 이 일대 주민들은 바닷물에 잠긴 농작물과 가재도구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나 기상청, 국립해양조사원, 지방자치단체 등은 모두 「남의 일」로 치부했다. 해수범람에 대한 예보와 대비가 없었던 점은 「행정기관의 실수」라 치더라도 서로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작태는 공복의 도가 과연 이 땅에 존재하는 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피해지역 시·군은 『기상청이 해일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아 침수를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없었다』고 책임을 해일예보를 하지 않은 기상청에게 돌렸다. 반면 기상청은 『이날 새벽 파도가 높기는 했으나 규모로 봐서 해일주의보를 낼 상황은 아니었다』며 『연례적으로 찾아오는 백중사리가 해수범람의 주된 원인으로, 이같은 해수상승예보는 기상청의 업무 밖』이라고 주장했다. 바닷물 수위 예보를 담당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은 『연간 예상수위를 조사해 연초에 행정기관과 기상청등에 알려주는 것이 조사원의 임무이지 태풍영향까지 감안, 그날그날의 예상수위를 알려주는 것은 조사원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언론이 지적해 마지못해 예보와 대비를 했던 이튿날 20일 새벽에는 백중사리와 파도로 수위가 19일보다 더 올라갔지만 피해는 오히려 적었다. 일이 터져야만 겨우 나서는 공무원들의 복무자세가 집권말기 권력누수현상 때문만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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